매거진 육我일기

+63 하루의 신비

by 갱그리

육아를 하는 날들은 하루하루가 신비롭다. 하루는 너무나도 지치고 고되었다가, 또 하루는 성장한 아기의 모습을 발견하고 대견했다가, 또 하루는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신기해한다. 오늘은 세번째 날이다.


오늘 처음 '신생아 수영'이라는 걸 시켜봤다. 욕조에 물을 가득 담고, 목튜브를 끼워준 뒤 아기의 몸을 욕조에 조심스레 넣었다.엉덩이와 목을 손으로 받쳐주었더니 아기가 되려 싫어하고 내 손을 자꾸 쳐냈다. 반신반의하며 조심조심 손을 뺐더니 자기 혼자 물장구를 쳐가면서 열심히 수영한다. 마치 처음부터 자기 것이었던 양,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물길을 만들어냈다.


얼마 전엔 얻어 온 바운서에 태워줬더니 미동도 않고 빤히 모빌만 쳐다보았다. 움직일 생각도 안해서 몇 번 밀어줬더니 깜짝 놀라는 듯 허둥거렸다. 바운서랑 논다기보다는, 그냥 바운서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바운서에 아기를 앉히고 밥을 먹는데 남편이 놀라운 듯 소리쳤다. "얘봐, 발로 바운서 움직이고 있어!"


뭔일인지 하고 보니, 아기가 한 발을 들어서 바운서 를 꿍 찧으면서 바운서에 달린 모빌 인형들이 흔들리는 걸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아기는 바운서가 어떻게 해야 흔들리는 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기가 안 움직이면 모빌이 움직임을 그친다는 것도 알고 있는지, 한번 발로 찧어 모빌이 움직이면 모빌의 움직임이 다 멈출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움직임이 잦아들면 그때 다시 발로 내려찧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아기가 이렇게 세상을 하루하루 배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비롭다. 아기의 하루는 성인이 된 나의 일년보다도 더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보니, 성장통이 있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보채는 이 아기는 내일 한 뼘 더 자랄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힘든 거라고. 사실 이렇게 여긴다고 해도 보채는 아기와 씨름할 때면 눈물이 난다. 그래도 그 다음 날, 정말로 더 자라난 아기를 바라보면 어제의 수고로움이 단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고마워, 내일은 한 뼘 더 자라자.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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