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언젠가부터 우리는 작은 크기의 생선들을 마주하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마트나 시장에서 큰 생선을 보는 일은 흔치 않은 데다가 있다 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밥상에는 여전히 수산물이 빠지지 않지만 노르웨이산 고등어, 세네갈산 갈치, 러시아산 명태, 베트남산 쥐포처럼 생선들의 국적은 다양해졌습니다.
그만큼 우리 바다의 어족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말일 텐데요. 이따금씩 저는 실제로 바닷물을 다 빼 본다면 그 황폐함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암울한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대책으로 정부에서는 어종별로 연간 잡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어획할 수 있도록 총허용 어획량(TAC·Total Allowable catch)을 고지하고 지속적인 어선 감척 사업, 어업별 그물코 제한 등의 조치와 함께 특정 어종에 대하여 금지체장과 금어기를 정해 자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어획량은 거의 정체되어 있고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양식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양식에서 파생하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추세는 지금까지 연안에서 하던 양식 활동을 외해(外海)나 육상으로 옮기자는 것으로 AI, 자율제어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여 생물 사육을 위해 사용한 물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순환여과식 양식이나, 기존의 아쿠아포닉스(양어 수경재배, Aquaponics) 방식을 보완하여 양식생물의 배설물을 수조 내 유익 미생물인 바이오플락으로 분해시켜 배출수 없이 물고기를 사육하는 바이오플락 양식기술(BFT) 등의 첨단기술들이 점차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한국의 기술로 알제리의 사막지대에서 새우 양식에 성공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바닷속 사막화 현상인 ‘갯녹음’을 해소하기 위한 바다숲 조성사업과 인공어초 설치사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해조류로 이루어진 바다 숲은 많은 물고기들의 산란장과 성육장이자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 저장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을 저감 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세계 최초로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정하고 꾸준하게 바다숲 조성사업을 벌여왔습니다. 그동안 해당 지자체들의 관리 부실로 해조류가 폐사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정부와 전문가들 모두 이 사업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어 제도를 보완하여 내년까지 바다목장 50곳을 만들고, 2030년까지 바다숲 5만 4000㏊ 규모로 조성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어구와 스티로폼 부표도 큰 골칫거리인데요. 폐어구 유실량은 연간 총 4만 4000톤으로 추정되고 바다에 버려진 어구에 물고기 등 해양생물의 몸이 얽히는 이른바 ‘유령어업(Ghost fishing)’으로 전체 어획량의 10%가량의 피해가 발생된다고 합니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50%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생분해성 어구 보급 추진과 친환경 부표의 단계적 의무화를 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김, 굴 양식장에서는 내년부터, 2023년부터는 모든 해상에서 스티로폼 부표의 사용이 금지되고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와 함께 어구 유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 어구 식별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번 무너져 내린 자원량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모든 바다에서 상업적인 어업을 중지해야 겨우 바다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결국 수산물을 덜 먹거나 안 먹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두가 그렇게 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이번 편에서는 제 나름의 바다사랑 실천법을 여러분과 공유하려 합니다. 요리사이자 평범한 개인으로써 제가 소개해드리는 이 방법들 중에 여러분도 각자의 상황에서 실천하실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1. 치어를 먹지 않습니다.
어린 물고기를 소비하는 것은 미래의 자원을 미리 먹어치워 버리는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총알 오징어(오징어), 깡치(참조기), 솔치(청어), 노가리(명태), 앵치(대구), 고도리(고등어), 풀치(갈치) 등 이름만 들으면 전혀 다른 생선으로 착각하기 십상인 치어들은 잡거나 판매하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소비자들도 이름을 알아두어야 모르고 소비하는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뼈째썰기회(세꼬시)도 주로 치어를 사용합니다!
2. 알배기 수산물을 먹지 않습니다.
치어 소비와 마찬가지로 알배기 생선을 먹는 일도 이제는 개선되어야 할 음식문화입니다.
대표적으로 도루묵, 주꾸미, 참조기, 가자미 등인데요. 알을 밴 물고기는 영양분이 알에 집중되어 실제로는 산란기 전에 비해 비교적 맛도 덜합니다. 수많은 탕들 중에서 알탕 하나쯤은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요?
3. 낚시를 하지 않습니다.
어민의 수는 10만 명이 조금 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취미 낚시 인구는 이제 700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낚시를 주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그 성장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하고 있는데요. 낚싯배를 타고 나가서 잡는 어획량도 고갈된 우리 바다에는 충분히 파괴적인 양입니다.
낚시인들은 어부들처럼 조업 금지 기간을 지키거나 금지체장을 고려하지 않고, 취미 낚시로 잡는 물고기는 공식 집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양을 추정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낚시인들에게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어야만 자원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처럼 취미 낚시에도 허가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4. 동남아산 새우를 먹지 않습니다.
동남아시아, 특히 태국 수산업계는 이웃 저소득 국가인 미얀마, 캄보디아 출신 불법 이민 노동자 등을 고용해 인권 유린과 노동 착취를 일삼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새우잡이 배나 새우를 까는 작업장에는 업주에게 팔려온 불법 노동자들이 하루 4달러 이하 혹은 무임금으로 노예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고 아동 노동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강제 노역으로 생산된 새우는 네슬레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식품 업체의 유통망을 타고 전 세계로 팔려나갑니다.
양식과 유통의 전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여 인증을 부여하는 ASC 새우나 국내산 무항생제 양식 새우, 자연산 새우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5. 수입산 홍어를 먹지 않습니다.
홍어는 한 나라의 수산물 소비가 다른 나라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내 어획량이 급감하자 넘치는 소비량을 충당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홍어를 수입했는데요. 그 영향으로 홍어류의 어획량이 증가하면서 남획과 혼획으로 인한 문제점 발생하였고 급기야 자국의 자원 보존을 위해 칠레 정부가 금어기를 신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칠레 대신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까지 수입국이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6. 대형 양식 어종 -방어, 연어, 참치- 를 먹지 않습니다.
육식성 대형 어종은 수은과 같은 잔류성 독성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으며 양식 과정에서 비효율과 많은 환경오염을 초래합니다. 1KG의 고기를 얻기 위해 9KG의 곡물 사료를 먹여야 하는 축산 농장과 1KG의 고기를 얻기 위해 3KG의 생선을 사료로 먹여야 하는 연어 양식은 너무나 유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연어에는 단위 지방 당 가장 많은 POPs(잔류성 유기화학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치의 경우 1KG의 참치 살을 만드는 데 10KG의 사료가 들어가고 대개는 어린 물고기들로 만든 생사료의 형태로 지급됩니다. 연어 양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파타고니아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Artifishal’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XdNJ0JAwT7I)
7. 고래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포경을 금지하지만 의도치 않은 포획이나 그물에서 죽은 채로 잡히는 고래고기의 유통만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중 유통량의 3분의 2는 불법포경으로 잡은 고래로 채워집니다.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밍크고래는 한반도에 남은 유일한 대형 고래이지만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래는 그 자체로 보호대상이지만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고래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어 개체수를 증가시키고 이는 이산화탄소를 격리하여 대기 중의 농도를 조절합니다.
1. 성장이 빠르고 수명이 짧은 어종을 선택합니다. 참치나 대구처럼 성장과정이 길고 수명이 긴 어종은 멸종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아직 고갈의 위기를 맞지 않은 생태계 먹이사슬의 하위 어종들을 소비합니다. 멸치, 전갱이, 청어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 이미 수요가 많은 고급어종들을 대신하여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수산물들을 구매합니다. 흔히 ‘잡어’로 구분하는 생선(로컬 피쉬)들을 말하는데요. 고무꺽정이, 장대, 성대, 양태, 얼룩수백이, 삼숙이, 횟대, 도치, 홍감펭, 꼬치고기, 붉은메기(나막스) 같은 생선들은 이름이 낯설지만 나름 매력적인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산지와의 직거래로 이런 생선들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인기 어종으로 대체메뉴를 개발하여 수요를 분산시키려면 저와 같은 요리사들이 더 분발해야겠지요? 열심히 연구해서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3. 에코라벨 (MSC, ASC)로 인증된 수산물을 소비합니다.
식탁에 오른 수산물이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어획되고 안전한가를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두 가지 에코라벨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는 미래의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을 위해 지속가능어업 국제 규격을 제정하고 에코라벨 도입을 장려하는 국제 비영리단체로서 수산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일련의 과정을 평가해 라벨을 부여합니다. ASC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양식 수산물에 대한 인증으로 이 라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수질, 생태계, 항생제 사용 등 환경부터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까지 보증해야 합니다.
에코 라벨 수산물 소비는 우리보다 일찍 제도를 시행한 유럽과 북미 소비자들에게는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점차 세계적인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완도군 전복 양식 어가 26곳에서 친환경 수산물 국제 인증인 ASC를 획득한 데 이어 최근에 톳과 다시마, 기장 미역이 ASC 인증을 받았습니다. MSC의 경우 한성기업이 식품업계 최초로 인증을 받은 이후 60여 개 기업이 인증 마크를 획득하였고 이제는 대형마트, 유통사, 식품기업,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그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홍연어, 명란, 가자미, 대구 등의 수산물이 유통되고 있고 얼마 전에 맥도널드에서 재출시한 ‘필레 오 피시’ 버거에는 MSC 인증을 받은 명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섭취량 세계 1위 (2016 세계 수산양식현황 / UN식량농업기구) 국가입니다.
황폐한 바다를 다시 예전처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규제, 어업종사자들의 인식개선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의식적인 소비를 하는 개인들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과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어 생산자들이 지속 가능한 생산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시그널을 보내는 일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나 뉴스를 찾아보는 일, 식구들, 지인들과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소비자가 요구하지 않으면 시장은 바뀌지 않으며 지금의 파괴적인 어업은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는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 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여러분께 바다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물을 만날 기회를 자주 만드시기를 권합니다. 바다는 육상에는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먹거리가 아닌 생명체로써 살아가는 그들을 만나는 일, 그렇게 자연과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저는 바다를 위한 그 어떤 노력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자들의 세상과 가상공간을 떠나서 살아있는 세상으로 발을 디뎌보세요.
그 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다를 바라보는 여러분 마음의 풍경도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글 by 요리사 김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