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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ur planEAT 아워플래닛 Aug 07. 2021

익숙한 음식들의 진짜 가격표


평일 점심시간 대의 오피스가에서는 언제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의 행렬을 볼 수 있습니다. 

끼니의 마지막 입가심으로든 오후의 간식으로든 믹스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커피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는 일상의 음료로 자리해 있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몇 번씩 찾는 동네 커피전문점의 벽에는 평화롭고 푸르른 커피밭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생산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양손 가득 원두를 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여느 농산물처럼 커피도 사람의 땀과 노동으로 일군 결과물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밸런타인데이의 선물로, 아이들 간식으로, 입이 심심할 때 먹게 되는 초콜릿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지만 

그 초콜릿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이 먹거리들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는 걸까요? 

한 번쯤은 익숙한 먹거리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와, 커피는 대표적인 플랜테이션* 작물입니다. 

(*열대,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의 자본 및 기술과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되어 상품 작물을 대규모로 단일 경작하는 농업 방식을 가리킵니다. 플랜테이션으로 경작되는 대표적인 작물에는 커피, 카카오, 차, 사탕수수, 천연고무, 면화, 바나나, 담배 등이 있습니다.)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 열강들은 앞다투어 식민지를 건설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식민지의 원주민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상품성이 있는 작물들을 대규모로 경작하면서 플랜테이션이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식민지였던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게 되면서 플랜테이션 농장의 경영권이 국유화되거나 다국적 기업이 진출하여 경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게 됩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이들 생산국과 그들의 작물을 수입하는 경제 선진국들 간의 불공정한 무역구조로 인하여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의 대부분은 가공/판매업자와 중간 상인이 차지하고 생산자들에게는 아주 적은 금액만이 돌아갑니다. 생산자의 몫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지요.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 없는 모순적 구조에서도 생산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늘려 무리한 생산활동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경제적 빈곤은 아동 노동과 같은 인권과 관련된 또 다른 윤리적 문제를 낳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아동노동은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만연한 현상입니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마테체’라는 큰 칼을 들고 코코아를 땁니다.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자루들을 옮기고 농약과 살충제에도 쉽게 노출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가난한 부모로부터 인신매매꾼에게 팔려오기도 합니다. 


농장의 아이들 대부분은 평생 초콜릿을 먹어 볼 기회조차 없습니다. 아이들은 카카오가 초콜릿이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아동노동으로 착취당하는 어린이는 1800만 명에 달하고 이렇게 생산되는 코코아는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수입하여 초콜릿으로 가공합니다. 

서구의 몇몇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 초콜릿 시장에서 카카오 농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판매 수익의 오직 7% 정도가 카카오 농부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낮은 임금은 개발 도상국의 농민을 가난에 묶어둡니다. 

커피의 주산지인 동부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부 커피 농가들은 국제 시장에서의 원두 가격 하락과 비 공정무역으로 인한 저소득으로 생계가 어려워져 커피 농사를 버리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재배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신식민주의’ 로도 불리는 이러한 불공정한 무역구조의 문제점들로부터 공정무역의 필요성이 대두합니다. 

공정무역은, 자유무역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 등에게 적정한 생산 이윤을 보장받지 못한 채 빈곤에 시달리는 개발 도상국의 생산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발생한 대안적 형태의 무역입니다. 

경제 발전 수준이 낮고 생활수준이 빈곤한 제3세계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을 수입할 때 생산자들이 생산원가와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보다 투명한 방식의 무역을 통해 개발 도상국의 소규모 생산자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합니다.


공정무역의 목표는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를 원조나 자선의 방식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역량을 키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돕는 데에 있습니다.  무역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에게 원물의 가치나 국제시장 가격의 폭락에 관계없이 공정무역 가격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일부는 ‘공동체 발전 기금(Social Premium)’이 되어 학교, 의료 시설, 직업교육 등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합니다.

농부들은 협동조합 내 위원회를 통해 기금의 사용과 공동체의 발전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지역의 미래를 대비합니다. 





처음으로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붙여진 제품은 커피였고, 커피의 성공적 시도 이후 인증은 초콜릿과 바나나로 확대되었습니다. 

공정무역 마크는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1997년 여러 단체들이 모여 공정무역 인증 기구인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 International, FLO)를 설립하였습니다. 

커피에서 시작되어 초콜렛, 바나나, 차, 꽃, 곡물, 과일, 면화 그리고 금에 이르기까지 이제 전 세계 마켓과 시장에는 1800개가 넘는 공정무역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공정무역은 2002년 ‘아름다운 가게’에서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름다운 커피를 비롯해 에코생활협동조합, 두레생협, 한국 YMCA, 아이쿱생협 등 10여 개가 있으며 최근에는 일반 기업들도 캐슈넛, 마스코바도(원당), 건과일, 초콜릿 등의 공정무역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이 갖는 의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정무역 제품의 소비를 통해 소비자들은 인권, 환경 등의 지구적 문제에 쉽게 참여가 가능하며, 이는 윤리적 소비의 확대로 이어집니다. 

2) 최저가격 보장에 따른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며, 아동 노동 및 노동 착취를 금지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합니다.  

3) 유기농과 친환경적 생산을 확대하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 유지와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 거래량에서 공정무역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습니다. 

전체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0.03%에 불과하고, 한국은 지난 몇 년간 공정무역의 성장률에서 세계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의 비율은 0.003%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공정무역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일반적으로 조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합니다.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점점 개선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이 가격이 지갑을 여는 데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적당한 가격’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많은 사람들은 ‘싸고 좋은 것’을 찾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건의 가격표를 볼 때 왜 비싼 지가 아니라 왜 싼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공정무역 제품이 투명한 유통과 공정한 수익 분배로 생산자에게 주어질 몫을 보장한다면 소비자에게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는 유통구조에서는 비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생산자들의 희생으로 혹은 착취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의 저렴한 가격이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고 착취를 통한 피와 눈물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그 가격은 잘못 책정된 것이 아닐까요? 공정하지 못한 거래로 형성되는 저렴한 가격표는 ‘적당한 가격’ 이 될 수 없습니다. 

공정무역 제품에 붙게 되는 가격적인 프리미엄은 그래서 원래 마땅히 지불하여야 할 금액인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이 환경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닌 것처럼 공정무역 역시 정당한 가격의 지불이 전부는 아닙니다. 

공정무역이 가지는 가장 크고 중요한 의미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외된 생산자에게는 보다 좋은 거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소비자에게는 윤리적이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이런 직거래 방식의 무역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여타 직거래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생산자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고 그 선택들이 모이면 보이지 않는 끈의 반대쪽에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모여 생산자들과 환경을 착취하지 않고 존중하는 경제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생산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무역을 통한 우리의 소비 행동은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됩니다.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 됩니다. 

우리의 결정권은 커피숍 메뉴판 위의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가 아니라 무엇이 그 메뉴판에 올라가는지에 대해 행사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인증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을 넘어 우리의 학교, 교회, 회사의 식재료는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의 범위를 넓혀보세요. 

우리의 관심을 통해 기업들에게 더 많은 공정무역 제품을 요구하는 일은 소비자의 의무이자 중요한 권리입니다.  


며칠 전 ‘아메리카노 1000원’이라고 적힌 광고판을 지나며 저는 문득 지구 반대편 커피 농부를 상상했습니다. 

푸른 커피밭을 배경으로 두 손 가득 커피를 들고 있는 사진 속의 농부.  

저렴한 커피 한 잔에 느끼는 사람들의 행복만큼 커피 농부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아침에 식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지구상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미 50여 년 전에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식탁을 채우는 식재료들은 세계 여러 곳 이름 모를 생산자들의 노고의 산물입니다.

이제는 유혹적인 가격과 눈길을 끄는 포장지 너머에 담긴 이야기들에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모두가 차리는 식탁에서 함께 웃음 지을 수 있는 길은 우리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by 김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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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의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 찾기 –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http://www.fairtradekorea.org/main/user/userpage.php?lpage=ft_product_map_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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