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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VILLAGE Apr 11. 2022

카페에 앉아 바다 속을 생각하는 일



 몸을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덜컹거리는 의자와, 네모난 테이블, 테이블 위엔 글을 쓰기 위한 노트북과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있다. 한 모금 마시기 위에 빨대에 입을 댄다. 입에 닿는 빨대의 감각은, 까슬까슬한 듯 물렁거리는, 종이다. 습관대로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다가는 더 이상 빨대의 기능을 못할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는 종이 빨대에게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패스트푸드 점에서도 빨대는 은퇴하고 뚜껑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뚜껑에 바로 입을 대고 마시는 거다. 처음에는 입술과 잇몸에 차가운 콜라가 바로 닿는 게 싫었는데 어느정도 적응하고 있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에 햄버거세트 그림이 등장할 땐, 빨대 없는 콜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던 플라스틱 빨대는 쓸모를 다하고 버려져서는 바다로 흘러가 바다 친구의 위협이 되었다. 콧구멍 안에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 거북이의 영상을 본 사람들은 당장에 플라스틱 빨대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빨대는 미움 받았고, 국제적인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실제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썩어 없어지기 위해 영원의 시간(은 과장이고 500년정도)가 걸린다. 20분 남짓 사용되는 것에 비해 가혹한 세월이다.


 하지만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 빨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지나지 않는다. 워낙 얇고 가벼우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수치다. 넷플릭스 영화인 ‘씨스피라시’는 바다쓰레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바다쓰레기 중 플라스틱 빨대 비중은 0.03%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했다. 우리가 ‘빨대를 뺄 때!’ 구호를 외치게 했던 큰 자극제가 바다 거북의 영상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조금 허무한 수치인 것도 맞다.


 그렇다면 바다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46%를 차지하는 것이 그물이다. 바다생물들은 버려진 그물에 걸려 죽는다. 상업 어선의 남획과 이로 인한 쓰레기 발생, 바다 생물의 무차별적인 죽음은 ‘씨스피라시’에서 상세하게 보고된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어업의 핏빛 그늘을 조명하면서 많은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나 또한 그 충격을 받은 대중 중 하나다.


 바다오염과 바다 생태계의 파괴의 진짜 범인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거대한 상업적 어업 때문이라는 주장. 다큐멘터리를 만든 알리 감독은 이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남획이 이루어지고 상어의 지느러미가 산채로 잘리는, 말그대로 피비린내 나는 현장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상어는 고급요리 샥스핀으로 대접되기 위해 지느러미만 잘려 바다에 버려지는 것 말고도, 절반은 부수 어획으로 잡혀 죽는다. 그리고 다른 물고기를 잡을 때 그물에 걸려 죽는 일이 다반사인 이 부수 어획으로, 연간 바다거북이 25만마리가 죽는다. 플라스틱 때문에 죽는 바다거북이는 연간 1천마리다. 해양 생물을 살리기 위해 힘을 써야 할 부분은 과도한 상업적 어업을 규제하는 일임이 사실이다.


 바다 생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세계 바다에서는 1년 동안 2조 7천억 마리의 물고기가 잡히고 동시에 부수 어획으로 수많은 바다생명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고 바다에 버려지며 전체 쓰레기의 46%를 차지할 만큼의 그물이 또한 버려진다. 그 뿐 아니라 바다 생물들은 해저로 가라앉으면서 탄소를 격리해주는 기능을 한다. 바다생물이 사라지면 자연히 탄소배출의 문제도 심각해진다.



 다시 카페의 테이블로 돌아와서, 물컹해진 종이 빨대를 입에 대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역시 눅눅한 종이 빨대는 익숙해 지기 어려운 감각이다. 나는 방금까지 씨스피라시의 입장을 빌려 생활 속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 같은 움직임보다, 상업적 어업이 생태 파괴의 원인이며 그 비율은 가히 압도적이라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종이 빨대가 무의미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결국엔 인식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개개인의 세상 속에서 아픈 바다를 마주하려는 힘을 기르는 것이 아마 모든 것의 시작일 테니까 말이다. 나는 시작의 힘을 믿는다. 모든 거대한 결과는 아주 작은, 어쩌면 먼지만큼 작은, 조용한 몸짓에서 시작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환경을, 지구의 방향을 달리하는 핸들을 돌릴 수도 있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다 보면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너무 쉽다) 나 또한 허무주의와 희망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 내가 수많은 사람들이 생업으로 삼고 있는 어업에 대해 무슨 목소리를 낼 수 있나? 하지만 글을 끝마칠 쯤인 지금, 나는 오늘의 내가 매장용 컵과 종이 빨대를 사용함으로써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본다. 저 먼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희미한 감각도 느낀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그리고 뿌듯하다. 이걸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허무주의자들도 있을테지만!








Reference

1.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Seaspiracy (2021)

2. <ZD Net Korea> 빨대 안 쓴다고 바다오염 0.1%도 막을 수 없는 이유 - 백봉삼 기자

3. <포스코 뉴스룸> 스테인리스 스틸이 있다면…플라스틱 빨대, 이제는 뺄 때








Editor & Contents Director : 송 민형 

About Writer : blog.naver.com/81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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