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VILLAGE Apr 12. 2022

사라지는 나라, 투발루




세계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 투발루


 땅의 면적을 다 합쳐야 서울 마포구 크기가 될 정도로 작은 투발루는 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얼마 없는 섬 9개 중, 2개의 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도대체 이 작은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해 11월 4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어떤 영상 하나가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성명을 발표하는 영상인데, 처음 영상의 시작은 다른 연설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해 보이지만 영상이 후반을 향해 달려갈수록 카메라가 줌아웃되며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서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물속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는 물속에서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성명을 발표하고 있던 것이다.


https://youtu.be/0z_XwEwb9sE


 그는 왜 물속에서 연설을 하고 있던 걸까?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몸소 증명하고자 모든 국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물로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그가 서 있던 곳은 오래전에 육지였던 곳으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물에 잠기고 만 안타까운 과거를 지닌 곳이다.


 투발루의 해발 고도는 평균 2~3m로 가장 높은 곳마저 5m에 불과한데, 바닷물은 연평균 0.5cm씩 차올라 조금씩 육지를 뒤덮고 있다. 이대로라면 반세기 안에 모든 국토가 물에 잠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2000년에는 공항이 있던 섬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으며 또 다른 섬 하나도 저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투발루는 2개의 섬을 잃었다.


 오랜 삶의 터전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본 투발루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섬을 잃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위험하다며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은 투발루와 저지대 섬나라들에게 치명적이고 실존적인 위협입니다.
우리는 가라앉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투발루에서, 혹은 100년 안에 기후변화를 느낀다고 해도,
언젠가 우리 모두는 이 세계적인 위기의 끔찍한 결과를 느낄 것입니다.

투발루에서 우리는 기후변화의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해수면 상승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다가 우리를 덮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기후 변화를 반드시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일이 오길 바란다면 바로 오늘, 과감한 대안을 내놔야 합니다.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교장관




 투발루 사람들은 세계 최초의 기후 난민이 되었다. 그들은 인접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주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호주는 투발루인의 입국을 거부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연간 75명씩 이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주 조건을 ‘신체 건강하고 영어에 능통하며 뉴질랜드에 직장을 둔 45세 미만인 자’로 설정하여 노년층의 입국을 막았다.


 떠나지 못해 남아있는 투발루 사람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극심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기상이변, 이로 인한 농업 생산량 감소와 물 부족은 투발루 사람들을 더욱더 벼랑 끝으로 내몬다.


 투발루뿐만 아니라 한때 인광석 수출 강국이었던 나우루, 전 세계에서 하루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키리바시, 무려 1,156개의 섬들로 구성된 마셜제도, 그리고 우리에겐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해야지.’라는 말로 익숙한 몰디브마저 바닷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IPCC에 따르면, 2050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는 기후 난민이 약 2억 5천만 명에 다다를 것이라 한다. 자그마치 2억 5천만 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배에 해당하는 인구수가 머지않은 미래에 살아갈 곳을 잃는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투발루의 사례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우리라고 해서 안전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린피스는 10년 뒤에 부산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2030년이 되면 부산뿐만 아니라 국토의 5%가 침수되고 바닷가에 자리를 잡은 대도시들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며 말이다. 부산시는 이에 대비해 물에 뜨는 해상 도시 건설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물에 뜨는 해상 도시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들에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민을 갈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다시금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Reference

1. EBSDocumentary (EBS 다큐) 유튜브 채널, 하나뿐인 지구 - 기후 변화 투발루의 증언, 2013. 03. 29

2. KBS News 유튜브 채널, 투발루 장관의 수중 연설…“물에 잠겨도 국가 인정받나요” / KBS 2021.11.10.

3. 14F 일사에프 유튜브 채널, 침몰하는 섬, '투발루'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4. 엠빅뉴스 유튜브 채널, "물속에 잠긴 우리나라를 도와주세요"

5. <경향신문> 섬이 바다에 잠기고 있다고?, 양다영 PD & 윤기은 기자, 22.01.14

6. EBS Clipbank 유튜브 채널, 기후 난민

7. MBC NEWS 유튜브 채널, "10년 뒤 '부산' 물에 잠긴다"…해상도시 건설 추진 (2021.08.16/뉴스데스크/MBC)







Editor & Contents Director : 김 재훈

About Writer : zxv123608@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카페에 앉아 바다 속을 생각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