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재, '필환경'은 어느 정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됐다. 환경을 위한 행동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뜻인데, 그만큼 환경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도 될 것이다.
'필환경'은 2019년, 트렌드를 설명하는 책에 소개되며 짧은 시간 안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말이 트렌드 용어로 쓰였다는 지점이 주목할 만하다. 상황과 행동이 유기적으로 꿈틀대며 모여 형성되는 ‘트렌드’. 그 움직임이 환경을 향했다는 뜻이므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필환경의 의도에 고개를 끄덕인다 해도, 결국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스토리와 재미다.
‘그냥, 무조건’ 같은 단어는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우리의 마음에서도 퇴출된 지 오래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억지스러운 말은 10년 전쯤 학교에서나 귀가 빠지게 듣던 말일뿐이다.
이에 환경과 재미를 결합한 예시 두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최근 화제가 된 '곰표 플로깅 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1월에 열린 캠페인이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알려지게 된 것. 소래산을 등산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해서 정상에 올라가면, 품절이 된 곰표 굿즈를 나눠주는 캠페인이다.
한정판 굿즈를 자발적 환경 보호 참여로 획득할 수 있다, 는 발상이 필환경 세대의 관심을 얻었다. ‘플로깅’이라는 활동 자체도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므로 건강과 환경을 모두 챙길 수 있어, 실천에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다른 예는 ‘용기내 챌린지’이다. 불편하고 귀찮은 일을 ‘챌린지’, 즉 도전으로 승화시켜 많은 참여를 끌어낸 경우다. 재료를 구입하거나 음식을 포장해올 때 많은 비닐과 플라스틱이 낭비되기 마련인데, 이때 집에서 쓰는 다회용기, 유리그릇 등을 가져와 담아감으로써 낭비를 줄이는 캠페인이다.
배우 류준열이 인스타그램에 '용기내 챌린지'를 실천하는 사진을 올리고, 용기내서 용기를 내라는 중의적 의미를 재치있게 담은 작명으로, 1만 명이 넘는 태그를 통하며 이 챌린지는 계속해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 소개한 두 개의 예시는, 일방적이고 딱딱한 수동적 참여가 아닌, 참가자가 흥미를 느껴 직접 움직이는 능동적 참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 짧은 말이 가리키는 것은 사실 환경이 아니었을까. ‘필환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트렌드 용어로 우리 앞에 거대하게 서있다. 꼭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환경 보호 루틴에 어떤 측면으로 접근해야 할지 생각해 볼 만한 사례를 통해, 작은 실천이 가능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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