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담?
옷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괜찮은 옷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건 너무 튀는 옷, 이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옷, 이건 어제 입었던 옷...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별로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안되겠다, 일단 한번 다 꺼내놔 보자. 옷장을 뒤져 옷이란 옷은 다 꺼내놓은 후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10분 고민한다. 인스타그램에 저장해놨던 패피들의 코디들과 내 옷을 비교해 보며 가장 베스트가 뭘지 치열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시간이 흐르고 몇 가지 옷을 입어보는데, 음, 괜찮은 것 같다. 이제 전신 거울로 전체적인 무드를 확인하면 끝.
그런데 뭔가 이상해. 왜 어색한 것 같지? 분명 아까는 괜찮아 보였는데? 뭘까, 왜 미묘한 이질감이 들지, 하는 찰나. 아 그래! 서랍장을 뒤져 신문지를 찾고 바닥에 깐 후 신발을 신은 다음 전신 거울을 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제야 조화롭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코디의 완성은 신발이지!
신발은 오늘의 착장에 완성도를 더해주는 아주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다. 패션에서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한 해 생산되고 버려지는 신발이 약 250억 켤레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신발들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3.4억 톤으로, 이는 신발에 사용되는 합성섬유나 합성고무가 모두 석유에서 추출되기 때문인데, 3.4억 톤은 100개의 석탄발전소가 1년 동안 뿜어내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 해에 버려지는 신발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도 경이로운데, 그런 신발을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가 1년 동안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이거 정말 경악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신발 밑창(Outsole)은 분해되는 데 약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플라스틱보다는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세기에 해당하는 기간이니 결코 짧다고 말할 수가 없다. 신발에는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이 적용될 수 없을까?
놀랍게도 아시아 최초. 100% 친환경 신발을 제작하는 회사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인, <LAR>이 그 주인공.
<LAR>의 계효석 대표는 미국에서 패션 공부를 한 후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상품을 만들고 버리는지에 대해 실제로 목격했고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계효석 대표는 지구를 책임질 수 있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계효석 대표는 처음에 ‘좋은 소재로 신발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작은 마음에서 신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발을 만들면 만들수록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 직면한 환경 문제들을 깊이 느꼈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변화를 보이게 되었다고.
<LAR>은 그런 그의 경험에서 탄생한 브랜드이다. 그는 회사명은 <LAR>로 정한 이유에 대해 ‘환경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신발을 신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주위를 돌아보며 환경 문제를 보고, 느끼고, 실제로 행동했으면 해서 LOOK AROUND를 줄인 말인 LAR로 지었다’고 밝혔다.
계효석 대표는 그동안 친환경 제품이 가지고 있었던 맹점에 대해 짚으면서 '디자인 역시 지속 가능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것이 보기에도 멋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좋은 것이 신기에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LAR 제품을 통해 책임 있는 행동과 소비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일상에서 예쁘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LAR 대표, 계효석
그럼 <LAR>은 여타 신발들과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LAR> 제품들은 자투리 가죽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가죽을 사용하고 폐 플라스틱 페트병 1개를 재활용하여 신발끈을 만들고, 7개를 재활용해서 안감과 겉감의 메쉬를 재직하여 사용한다. 스니커즈 인솔은 나무를 베지 않고도 수확 가능한 코르크 나무 껍질과 고무나무 원액으로, 러닝화 인솔은 천연 인진 쑥과 대나무 원사로 만든다. 아웃솔 같은 경우는 4개월 이내 88%가 생분해되는 소재를 쓰며 영국의 SYMPHONY사와 협업하여 개발했다고 한다.
<LAR>사에 의하면 10,000켤레 생산시 자투리 가죽을 재활용하여 소 500마리 가죽을 대체할 수 있고, 500ml 페트병 50,000개 재활용 가능하며 코르크 나무 10그루 정도의 양을 재활용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현재 모든 공정 과정의 97%가 친환경 소재로 대체되었다고.
그동안 친환경 제품이 ‘친환경’이라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담감을 안겨주거나 사용상의 불편함을 감수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친환경 재료 특성상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보니 기존 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고, 대대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존 제품만큼의 성능을 뽑아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LAR>이 그동안 지목되어 왔던 친환경 제품들의 편견을 부숴줄지도 모르겠다. <LAR>은 기존의 신발 브랜드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가격은 다른 기성 브랜드들과 다를 바 없고, 디자인도 여느 신발 못지않게 잘 빠졌다.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의 배경에는 친환경이라는 브랜드 특성도 한몫했지만, 디자인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이 많다.
디자인과 가격을 모두 잡아낸 친환경 브랜드는 흔치 않다. <LAR>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1. 유튜브 채널 '크랩 KLAB', 100% 친환경 신발이 우리나라에 있다?
2. LAR 공식 웹사이트
About Writer : zxv1236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