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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VILLAGE Apr 19. 2022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운명은? (2)



https://brunch.co.kr/@ourplanet/15



 지난 글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맞이할 운명의 변곡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300원의 보증금이라는 머리띠가 붙은 플라스틱 컵은, '쓰레기 문제'에 대해 손을 써 보기 위한 시도다.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로 글을 쓰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최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상대에게는 내가 환경을 생각하며 글을 쓰다 보니 쉽게 회의주의에 빠질 수 있어 희망과 회의 사이의 틈에서 생각을 바로 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상대는 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건 제가 어디서 본 구절인데요, 사람들은 테트리스 게임을 할 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대요. 게임을 하다 보면 블록이 차곡차곡 쌓여서 엔드 라인까지 올라오는데, 블록이 가득 차 갈 때 한 유형은 ‘이제 끝이야.’ 생각하고 빨리 블록을 올려 새 게임으로 넘어가려고 해요. 하지만 다른 한 유형은 그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한 줄이라고 없애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인다는 거죠. 후자의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가 환경 앞에 선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옵션이 아닐까요?



 과연 그것은 쉽게 무력감에 빠질 수 있는 작은 한 개인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주체적이고 동시에 현명한 사고방식이었다. 무력감에 빠지기 쉬울 땐 테트리스 게임에서 마지막 한 블록까지 신중하게 또 빠르게 움직이던 나를 떠올리면 된다.


 그러는 와중에 등장한 정부의 제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딱 필요한 곳에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내려온 세로로 긴 막대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막대기를 잘 활용하면 한 번에 몇 줄이고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환경 위험에서, 쓰레기 문제에서, 개인의 힘으로 닿지 않았던 부분까지 찔러주는 것. 바로 강제성을 가진 ‘제도’다.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 음료, 제빵, 패스트푸드점은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의무적으로 부과한다.



 해당 제도가 효과적인 긴 막대기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알고 시행에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될 해당 제도의 성공을 위한 전문가들의 제안을 가져왔다.


 첫 번째로, 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을 정확하게 홍보하고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제도는 목적을 여럿 가지는데, 먼저 일회용 컵의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텀블러를 애용하게 만드는 것, 길거리에 버려지는 컵을 줄여 재활용을 촉진시키는 것 등이다. 일회용 컵 재활용을 위해 소비자 및 사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면 틀렸다. 지금까지 거리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의 처리는 모두 지자체 부담이었다. 전문가는 이를 소비자와 사업자가 ‘무임승차’하고 있었다고 정의한다.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컵 소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대상에게 돌려 묻는 것으로, 사업자와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쉽게 반환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는 것 또한 이 막대기를 올바른 곳에 떨어트리는 핵심이 된다. 공공장소에서도 컵을 반환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아져야 하고 규모가 작은 매장들을 위해 공동으로 컵을 반환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컵의 재활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컵의 구조와 재질의 통일과 사업자의 준수가 따라줘야 한다.


 여기까지는 희망적인 이야기지만 해당 제도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자신이 판매하지 않은 컵을 회수하고 세척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쉬운 회수를 위해 내건 ‘제품을 판매한 업체가 아니라 다른 곳에 1회용 컵 반납을 해도 된다’는 내용을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점주의 입장에선 무리가 맞다.


 1회용 컵을 수거하더라도 한곳에 모아두기 힘들고 사용한 컵에 묻어 있는 지저분한 음료를 모두 세척하는데 필요한 인력 및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무인화 기기를 통한 반납이 아닌 직원을 통한 반납으로 이뤄지게 될 경우 영업의 방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1회용 컵 세척 및 관리를 위한 수도세, 세제값, 인건비를 어떻게 지원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 기사 인터뷰에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주가 "방역 패스에 보증금 반환 제도까지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 1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될 경우 유동인구 많은 곳에 위치한 가게는 보증금 반환 컵이 버려지는 쓰레기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에 앞서 제대로 씻어오지 않는 일회용 컵에 대해서는 보증금 지불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확실히, 우리는 올해 여름부터 생활 사이사이에 녹아들어있던 테이크 아웃 커피의 운명을 달리할 키가 주어진다. 정부는 숨이 막힐 듯 쌓이던 쓰레기 문제 테트리스에서 기다란 막대기 하나를 내려왔다. 이 기다란 막대기가 제대로 필요한 곳에 꼭 맞게 들어갈 수 있도록, 아직은 이리저리 방향을 돌리고 위치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애쓰던 개인들은 얼마나 반가운 변화이자, 변화일까! 나는 오늘도 다회용 컵에 빨대 없이 음료를 마셨다. 열심히 게임을 이어 나가던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이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는걸, 300원 이상의 무게만큼 느끼게 될 것이다.








Editor & Contents Director : 송 민형 

About Writer : blog.naver.com/81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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