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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VILLAGE Mar 30. 2022

문어 선생님을 양식하겠다고요?



 마트에서 데친 문어를 샀다. 블랙 올리브와 치커리도 샀다.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감자는 집에 있었다. 레몬 소스는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문어 삶은 물만 있으면 집에 있는 레몬즙과 설탕, 식초로 금방 만들 수 있는 거였다. 예전에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본 '레몬 소스 문어 샐러드'를 해먹기 위해서였다. 예전에 한 레스토랑에서,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문어샐러드를 즐겁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 집에서 재현해 보고 싶었다.



 샐러드는 물론 상큼하고, 신선하고, 쫄깃하고 맛있었다!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한 게 아니니 샐러드를 좋아한다면 한 번 만들어 먹어 보기를 권한다. 원래는 연어 샐러드를 제일 좋아하는데, 문어 샐러드도 앞으로 자주 해먹을 듯싶었다. 나는 주로 이렇게 해산물을 먹는다. 나의 친한 친구는 어제 회식에서 살아있는 문어가 꿈틀대는 문어 삼합을 먹었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는 문어숙회를 좋아하신다. 다들 다양한 방식으로 문어를 먹는다. 문어는 아시아부터 지중해까지 걸쳐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문어 양식장 설립 임박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문어를 양식장에서 생산하려는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며칠 전엔 세계 최초로 문어 양식장 설립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고 야생 문어의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었다. 때문에 문어 양식을 위한 연구에 불이 붙었던 것은 당연했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문어가 까다로운 환경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스페인계 다국적 기업인 '누에바 페스카노바'는 내년 여름부터 마케팅을 시작하고 2023년부터는 양식 문어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양식장은 연간 3000톤의 문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똑똑하고, 복잡하고, 예민한 문어


사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문어 양식은 무엇보다 윤리적 문제에 걸린다. 정교한 신경계를 바탕으로 한 문제 풀이 능력,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색을 바꾸는 능력과 물고기와 협동 사냥을 나갈 수 있을 정도의 똑똑함을 가진 생명체가, 문어인 것이다. 2021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나의 문어 선생님'이다. 문어는 인지적 자극과 탐색기회를 원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며 살아간다. 이러한 문어의 특성을 알면 집단 사육 환경이 왜 동물복지에 타격을 주는 이슈가 되었는지 납득된다.


 동물복지 단체인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은 스페인 정부에 문어 양식을 금지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곳의 연구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어는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거나 숨길 줄 알고, 절차가 있는 일을 학습해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한 동물이며, 세력권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다른 문어와 좁은 공간에 갇히는 집단 양식의 환경에선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서로를 잡아먹을 거라 우려했다.



 문어가 먹을 먹이 물고기


 양식업은 세계 식량 생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90년과 현재 사이에 전 세계 해산물 생산량이 두 배가 되었다. 바다에서 포획한 물고기의 양은 그대로다. 그 절반을 매운 것이 양식장에서 양식된 물고기들이다. 새우, 굴, 게 등의 진미는 대부분 양식장 출신이다.


 물고기 양식을 위해선 상식적으로, 먹이 물고기가 필요하다. 문어를 양식하기 위해선 문어의 먹이가 될 물고기를 다량으로 잡아야 한다. 문어는 육식 동물이고, 자신의 몸무게의 2~3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는다.


먹이 물고기는 바다의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존재하면서 바다사자, 고래와 같은 바다생물의 안정적인 먹이 역할을 한다. 때문에 더 많은 먹이 물고기들이 양식장으로 향할수록 바다 생물들의 먹이는 줄어든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문어 양식은 먹이 문제뿐 아니라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로 인한 수질 오염, 항생제 남용, 자연 서식지 파괴 등의 문제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아직, 너무 모른다


 과연 문어 양식이 스페인 회사에서 말하는 대로 야생 문어 남획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단지 문어의 지능이 높다는 이유로 양식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밀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인간이 '덜 똑똑한' 동물만을 먹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복잡한 토론으로 이어진다.


 소나 돼지가 눈물을 흘릴 줄 알고 똑똑하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공장식 축산이 발전하는 만큼 양식업의 발전 또한 괄목할 만했고 그 덕에 우리는 새우나 게, 굴 같은 진미를 어렵지 않게 슈퍼에서 마주친다. 우리네 식사의, 식사에 의한, 식사를 위한, 생태계 변화, 환경오염, 윤리적 문제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이제 와서 문어 양식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에 힘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엔 필자의 의견을 짧게 덧붙이겠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우리 세대가 무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양식업의 환경 오염에 대해, 문어 선생의 영리함과 예민함에 대해, 새로이 시작하려는 문어 양식에 반대하고 힘주어 말하기 위한 근거로 바로 이것이, 전과 다른 현재의 인간이라는 간단한 한 줄 만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Reference

1.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김은령 옮김

2. BBC News 코리아, [환경 : 세계 최초 '문어 양식장' 설립 임박... 과학자들이 반대하는 이유] - 클레어 마쉘, 2021.12.25

3. 그린포스트 코리아, "문어 양식, 윤리 환경적으로 문제 많다" - 황인솔 기자, 2019.02.01







Editor & Contents Director : 송 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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