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이 이야기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약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첫 화를 읽고 오시면 더욱 몰입감있게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매일 신문이 올 때면 그 신문들은 늘 아버지의 침상 부근에 놓아졌다. 자연스레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방에 신문을 놓을 때면 복잡한 감정이 들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점차 서로의 존재만을 기억하는 때로 가고 있기에, 도무지 어색하다는 생각까지는 닿지 못했다. 신문을 신청하고서야 일주일 정도나 읽었을까, 그 이후로는 늘 읽지도 않고 쌓여가는 신문들이 눈에 밟혔다. 돈이 아까워서도 있겠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했는데 그걸 또 아버지 방에 쌓아둔다는 것이 영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이 나의 지루함을 이길 만큼 크지 않았는지, 나는 그제서야 내가 출판사에 다니며 매일 글을 몇 시간씩 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 길로 신문을 읽는 것이 효율적인 일이 아니라고 확정지었으며, 신문은 예쁘지도 않은 쓰레기 그 자체가 되었다.
한 번은 쉬는 날, 만식이가 집 앞으로 찾아왔다.
"야! 잘 있었냐?"
"그래.... 뭐.... 너는?"
"나야 뭐... 잘 지냈지!"
혹자는 나와 만식이의 관계를 의심할 수 있으나 만식이는 대학 동기인 나의 절친한 친구이다.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탓에 졸업 후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언제는 보름에 한 번씩 만나고 또 언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도 만나 술을 마신 사이였다.
나는 이렇게 친함에도 추천한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내가 비참해짐을 느꼈다. 그이가 보기보다 여려 남몰래 서글프게 마음을 잡는 것을 누구보다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몰래 취소를 하자니 추후 어떤 사건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입을 닫고 만식이와 곧장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에서 만식이는 영업하러 갔을 때 생긴 재미있는 일, 소름끼쳤던 일 등 여러 가지를 한 없이 풀어냈다. 그 이야기가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쉬는 날 남 얘기 듣는 것만큼 따분한 일도 없을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회사에서도 혼자 일하며 사는 일생이었으므로 썩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였다.
만식이는 대략 여섯 시간을 허비하여 얘기하였으며, 그러자 겨우 자정이 되었다. 만식이는 슬슬 일어나자며 몸을 일으켰고 그래도 그보다 제정신이었기에 그의 몸을 부추기며 택시를 태워 보냈다. 그 뒤로 나는 술집에서 나와 집을 향해 걸었다. 5분 동안의 산책이라는 소소한 행동보다 더 값진 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분이 좋았으며, 시간이 평소보다 빠르게 간 듯 하였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와 조용히 나를 반기는 복순이를 뒤로 하고 빨리 잠자리에 들러 갔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기 전, 아버지의 빈 방이 눈에 들어왔다. 문은 닫혀 있지만 그 속이 훤히 보이는 빈 방은 방금까지 수 시간의 떠듦을 듣고 온 사람의 태도라고 보기 힘들만큼 외로운 나의 마음을 심화시켰다. 나는 빨리 자고 싶은 피로함을 억누르고, 그보다는 자동으로 이끄는 힘에 끌려 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역시나 내가 아는 그 장소였고, 차가운 밤 공기가 언제 들어왔는지 새하얀 한기가 눈에 선했다. 특히나 어머니가 정리해 놓은 가지런한 신문들이 눈에 띄었다. 가지각색의 문구와 단어들의 조화는 눈에 명확히 들어오는 것이 없었으나, 본능에 이끌려 신문들을 하나씩 정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다. 정독이라는 표현도 민망할 정도로 빠르게 훑어 내려간 것이 서른 번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흐릿하고 꼬불꼬불한 신문 속 글자에서 유난히 검은 활자들이 보였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