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이 이야기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약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첫 화를 읽고 오시면 더욱 몰입감있게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문경... 광산 문 닫히나'
나는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음에도 글자들은 반하여 내 눈으로 파고들었다. 어찌나 그 힘이 세면 술김에 목 놓아 떨구고 있던 고개마저 올라섰으며 눈동자의 초점이 겨냥되는 효과를 봤을까. 나는 그 기세로 신문의 하단에 위치한 조그마한 글자들을 더욱 빠르지만 침착하게 읽어 내려갔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까지 명맥을 이어오던 석탄 광산이 결국 문을 닫는다. 문경군에 위치한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가 이달을 끝으로 폐광에 들어가면서, 국내 석탄 산업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은성광업소는 오랜 기간 문경군과 인근 점촌시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핵심 산업시설이었다. 한때 수천 명의 광부가 갱도에서 일하며 지역 상권과 학교, 마을 공동체가 광산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나, 지속적인 적자와 생산량 감소로 더 이상의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
나는 떨리는 손과 그보다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고 신문이 정확히 언제 발행됐는지를 확인했다. 신문 위쪽에 7월 3일이라는 글자가 또렷했다. 오늘로부터 거진 한 달이 되는 날이었고, 아버지가 떠나신지 반 년이 조금 넘은 날이었다. 나는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과 묘한 감정에 뒤섞였고, 곧 그게 아버지에 대한 감정임을 알아챘다. 너무도 이상했다. 아버지가 전화를 안 하셔도 그렇게 안 하실리가 없다고 생각한 게 수십 번인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야 정상인데, 나는 너무나 평온하게 지냈다.
그렇다고 한밤에 버스를 타고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성과 마음 사이의 갈등에 빠졌으며, 그 괴리를 극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덫에 걸렸다. 정말 기다리기 힘들 것 같았고, 이 신문을 이제야 본 내가 원망스러웠다. 이 사실도 모르고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가 걱정되었고, 조금은 미웠다. 세상 모든게 불친절했고,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 버스가 야심한 밤에는 운행하지 않는 것도 한 평생 당연한 듯이 여겨웠던 내 자신이 싫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첫차를 기약했다.
동이 틀 때까지 이상한 짓거리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랐다. 신문이 잘못되었길 빈 게 수십 번이고, 내가 잘못 읽었고 내 눈이 이상하다고 뺨을 때려댄 게 수백 번이고, 그럼에도 잘못된 건 없다는 걸 깨달은 게 수천 번이었다.
그 몇 시간동안 잠이 오는 게 이상했지만 졸린 내가 괘씸했다. 그러나 잘 버티었다고 말해야 하나, 첫차가 오는 시간에 맞춰 바로 정류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길로 버스를 탔다.
버스는 고요했다. 덜컹거리는 바닥과 돌맹이 소리, 가끔가다 들리는 운전사 아저씨의 기침 소리를 제외하고는.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고요함이 언제가는 일상의 평온함으로 들렸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 심정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 같아 비참해졌다. 문경까지 어언 한 시간이 흘렀나, 점점 수도와는 다른 텁텁함이 느껴졌고, 나의 애는 더욱 심하게 탔다.
다행히도 아버지가 일한다는 탄광촌 숙소를 알고 있었기에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곧장 그곳으로 뛰었다. 무작정 오느라 가진 돈도 얼마 없어 택시는 고사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가까운 정류소에서 내려서인지 뜀박질을 계속한 끝에 아직 흔적이 남은 탄광촌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헐떡거리는 숨은 한 번 고른 후,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직도 매케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거므스름한 연기가 보이는 듯도 했다. 나는 생각보다 큰 규모에 살짝 놀랐지만, 지금은 이런 분위기에 취할 새가 아니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숙소가 어느 쪽에 있는지 물었으며, 그 사람은 친절하지만 분명 걸걸한 목소리로 방향을 알려주었다. 나는 행인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재빠르게 걸어 그곳에 도착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