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히동이

by 아세빌

2017년 즈음 나는 처음으로 미싱을 갖게 되었다.


곽여사(사촌언니)가 하던 걸 어깨너머로 본 게 전부였지만
왠지 모르게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중고로 가정용 미싱 하나를 저렴하게 구입했다.


기계는 낡았고 밑실은 자주 엉켰다.
조금만 빨리 돌리면 실이 엉키고 소리도 컹컹거렸다.
그래도 얼마나 재미있던지...


친한 유아복 사장님이 주신 자투리 원단으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패턴도 모르고 재봉 순서도 엉망이라
지금 보면 참 창피한 물건들이지만
그땐 내가 무슨 크리에이터가 된 듯
가족과 친구들에게 하나씩 만들어 선물했다.
그게 그렇게 뿌듯하고 참으로 즐거웠다.


그러다 일이 점점 바빠졌고
미싱은 자연스럽게 손에서 멀어졌다.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채 몇 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다 며칠 전, 오랜만에 베프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 친구가 외출 중이라며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익숙한 물건이 보였다.
내가 만들었던 그 엉망진창 에코백이었다.


색이 바래고 후줄근해진, 물 빠진 보라색 천.
한눈에 봐도 오래된 물건이었다.
그런데 왠지 마음이 말랑해졌다.
값비싼 게 아니어도
서툰 솜씨로 만든 거여도
그 마음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의 친구 히동이는
타지에서 외롭던 나에게 처음 친구가 되어 준 사람이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캔맥주를 까며 수다를 떨던 그 시절의 아이는
이제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그 친구는 내게
직접 수를 놓은 그림을 보내주기도 하고,
정성껏 만든 음식과 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득이의 장난감을 한 아름 보내주거나
아버지의 의료용구에 딱 맞게 손뜨개를 해서
택배로 보내주던 적도 있었다.
그 모든 것엔 말로 다 못 할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에코백을 보며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비싸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고, 그것을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
그래서 그 마음마저 오래도록 간직해 주는 사람.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고
값비싸지 않아도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된
나의 지금의 눈과 마음에는
이 친구의 영향이 분명히 깃들어 있었다.


어설픈 손끝으로 만든 보잘것없는 가방이었지만,
그걸 오랜 시간 곁에 둔 사람이 있었기에
그건 마음이 담긴 선물이 되었고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나를 처음 동묘에 데려가고
빈티지의 매력을 처음 알려준 것도 이 친구였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시작된 첫 장면엔
늘 이 친구가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염치없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