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자영업이 아니었어

7화. 이상한 건물

by 아세빌


아침 출근길... 사무실 문을 열기 직전,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나의 심박수는 이미 맥시멈이었다.


철컥! 문이 열리는 순간 ㅡ

곱등이 열댓 마리가 동시에 점프를 하고 나는 두더지 잡기 선수처럼 빗자루를 휘두르며 그 놈들을 제압했다.

그렇게 곱등이 전멸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가방을 내려놓고 컴퓨터 전원을 켤 수 있었다.


지하에 있었던 나의 첫 사무실의 아침 풍경은 늘 이랬다.

좁은 집 거실에서 장사를 이어가다가 더 이상은 감당이 안되어 급히 구하게 된 저렴한 사무실이었다.


지하여도 15평 정도였으니 엄청나게 넓은 데다가 월세가 35만 원이었는데 서울 바닥에서 그 정도 평수에 그 금액이면 귀신이 나온다 해도 이득이었다.


요즘 같은 반지하가 아니라 진짜 리얼 지하에 있는 사무실이었고 불을 끄면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건물주 할아버지께서는 아주 깨랑깨랑한 분이었다.

부동산에서 계약을 할 때부터 느낄 수 있었는데 중개업자는 이런 분이 계산은 정확하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ㅋㅋ -_ㅜ


건물주 할아버지는 지하 사무실에 페인트와 바닥을 새로 했다면서 엄청나게 유난을 부리셨는데 용득이를 데려온 나를 보곤 어디 가축을(?) 데리고 왔냐며 엄청 뭐라 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네)


건물주 할아버지는 내가 용득이를 데리고 올까봐 걸핏하면 지하로 내려오셨고 계단 페인트칠을 시도 때도 없이 해서 환기도 안되는 내 사무실에는 페인트 냄새로 가득차곤 했다.

페인트 허구헌날 새로 하면 뭐 하냐고... 곱등이가 계속 나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월세가 35만 원이니 간섭이 힘들고 우리 용득이를 가축 취급을 했어도 참아야 했다.

하지만 곱등이가 매일 아침 환영인사 나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벌레도 못 잡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빗자루로 다 때려잡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곱등이가 눈앞까지 점프를 하고 난리를 쳐도 놀라지 않게 되었다.



그 건물은 월세가 아주 저렴했고 관리비가 없던 대신, 건물에 딱 하나 있던 공중화장실을 임차인들끼리 돌아가며 청소를 했다. 남한테 딴말 듣는 게 싫은 나는 세제를 아주 갖다 퍼붓고 번쩍번쩍하게 청소를 했었다.


아침마다 곱등이 잡아야지, 화장실 청소해야지, 임차인의 설움이 이런 거냐며 한탄할 법도 하지만 참은 이유는 장사가 미친 듯이 잘됐었다. 이사 오던 날 고사를 지냈었는데 아마 지하에 웅크리고 있던 터주신이 내가 사 온 고기가 맛이 있었는지 거기 이사를 가서는 불평 부릴 새도 없이 돈을 실컷 벌었다.


하지만 그 건물에서 장사 잘되는 것 외엔 모든 게 최악이었다.

1층에 있던 미용실 사장님도 건물주 할아버지랑 가족관계이신지 정말 이상한 분이었는데 하루는 공중화장실에 누가 여성용품을 대충 버려놨다고 나더러 치우라는 것이었다.

내가 버린 일이 없는 데다가 당번도 아닌데 왜 나한테 치우라는지 가뜩이나 일도 바빠 죽겠는데... 아마 내가 키작고 어려서 우습게 보곤 그런다고 느꼈다.


오만 정이 다 떨어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지하라 그런지 내 제품들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비싼 가죽제품에 곰팡이가 생기니 도무지 안 되겠어서 건물주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나는 그 건물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바로 남양주 별내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높은 건물의 7층이 내 사무실이었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 데다가 곱등이 따위는 절대 나오지 않는 아주 쾌적하고 깨끗한 새 건물이었다.

새로운 임대인아저씨는 얼마나 젠틀하신지 계약하는 날 외엔 연락도 안 하셨다.

심지어 터주신도 날 따라왔는지 거기서도 장사가 괜찮게 잘 됐었다.


이상한 건물에 있던 나의 첫 사무실은

내가 사는 동네에 있어서 아직도 가끔 지나치는데

찐한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지나갈 때마다 아직도 등골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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