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자영업이 아니었어

8화. 첫 클레임

by 아세빌

이상한 건물의 지하 사무실 시절,

그날은 평소처럼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까지 마친 후 이제 커피 한 잔 마셔볼까 하고 의자에 앉은 참이었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어라운드죠?”

말투는 차분했는데 이미 목소리에서부터 따지러 왔다는 뉘앙스가 풍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네, 고객님.”

“잘못 보내신 거 같은데요?”


뭘 잘못 보냈다는 거지?
그 말 한마디에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옷이 작다’였다. 그때 팔던 마약바지는 8~9부짜리 플리츠 바지였는데 고객님은 본인에게 작으니 잘못된 상품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은 그저 감정의 주고받음이었다.

처음엔 ‘무상반품은 어렵다’로 옥신각신 하다가 나중엔 네가 힘드니 내가 힘드니로 번져 누가 더 힘든 삶을 사는지에 대해 서로에게 소리 지르며 주장하고 있었다.


이 싸움이 끝나지 않겠다는 걸 예감한 나는 결국 원하는 걸 해드리겠다고 했다. 그제야 고객님은 평화로워졌지만 나는 평판, 멘탈, 체력, 돈 모든 것을 잃었다. ㅜㅜㅋ


첫 클레임을 받은 이후로 한동안은 전화벨만 울려도 뱃속이 울렁거리고 없던 전화공포증이 다 생겼었다. 고객이 첫 마디를 하면 목소리의 억양부터 분석했다.


고객센터를 혼자 담당하다 보니 조금씩 프로 궁예로 진화하게 되면서 고객님과 절대로 언성을 높이지 않게 되었다.

장사란 팔기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정신과 의사처럼 첨예한 감정의 요동까지 읽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런 게 쌓이면서 사람의 말을 꼬아 듣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무슨 말과 행동을 하던 진짜 의도가 뭔지부터 분석했다.

선한 의도든, 나쁜 의도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질 못했었다.

그걸 좋게 말하자면 ‘감정에 예민한 사람’이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중증 궁예병 환자’였다.


지금은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누구와 대화를 하던 한 발짝 물러서서 내가 듣고 보는 표면의 감정만 읽어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겨버린다.


이제는 절대 고객님들과 언쟁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단 한 번도 고객님들을 이겨본 적이 없다. 말다툼에서 이긴다 해도 결국 그건 내가 이긴 게 아니었다.


고객님 한 명 뒤에 백명의 고객이 서있다는 말을 오늘도 다짐해 본다. ^ _^)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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