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아이

“나는 조용히, 세상의 빛으로 나아갔어요”

by OurSlowBlooms

여긴 어디일까요?

여긴 저만의 공간,
제가 살고 있는 동굴이에요.

조용하고, 어둡고,
물이 고여 있는 곳이에요.

저는 이곳이 좋아요.
소란하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세상을 흘겨보는 게 좋아요.

규칙적인 게 좋아요.
그리고 구석진 곳이 좋아요.

사실, 늘 혼자가 좋은 건 아니에요.
그저…… 잘 어울리는 법을 몰라요.

그래서 나는 이 동굴을 좋아하고,
이곳에서 지내는 것이 좋아요.

아무도 나를 방해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귀찮게 하지 않아요.

이곳은
내가 제일 나일 수 있는 장소예요.


그런데 얼마 전,
동굴 안에 작은 호수가 생겼어요.

처음엔 조그마한 웅덩이였는데
조금씩,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졌어요.

가끔 위에서
‘똑’, ‘뚝’
무언가 떨어지곤 해요.

이 물방울들 때문에 만들어진 호수일까요?


햇살 좋은 어느 날,
동굴 입구의 호수가 반짝였어요.

그곳에 제 얼굴을 비춰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결 사이로
따뜻한 빛이 흔들렸어요.


이 물 속엔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었어요.

무엇일까요?
자세히 들여다보았어요.



그건 엄마의 얼굴이었어요.
엄마가 울고 있었어요.

엄마의 눈물은
계속해서 호수 쪽으로 떨어졌어요.



엄마는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제가 이곳에서도
숨 쉬고 있기를 바라며
조용히 지켜보고 계셨던 거예요.



그 눈물이 모여
나의 동굴에 호수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 호수는
차갑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숨 쉴 수 있었어요.


그 순간, 저는 결심했어요.
엄마가 계신 동굴 밖으로
조금만,
조금만 나가보겠다고요.

내 동굴에 만들어진
엄마의 호수,

그 물결이
내 발끝을 천천히 밀어주었어요.


나는 조용히,
세상의 빛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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