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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햔햔 Dec 15. 2020

회사 밥을 먹다 눈물을 찔끔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메밀국수와 튀김. 동그란 튀김에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맛이 없다 부터 애매하다는 평까지 자기만의 느낌과 경험을 살려 비교하고 분석했다. 미식가가 많은 내 동료들에게서, 역시나 맛있다는 평가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중에 상당히 고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나다. 보통은 ‘엄청 맛있다’와 ‘맛있다’를 오가는 댓글 알바에 적합한 사람인데, 그 동그란 튀김은 자꾸만 다른 것을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 맛이 알고 싶다.


맛에서 오는 기시감. 분명 어디서 먹어 본 맛은 단순한 입맛의 소유자에게 까다로운 시간을 선사했다. 맛도 잘 구분하지 못하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 나인데, 아마도 한때는 꽤나 자주 먹어 익숙한 맛인 듯했다.


돈가스 맛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도시락 반찬 맛 같기도 한데,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아... 이 답답함이란. 장롱 밑에 굴러 들어간 500원이 손끝에 간당간당 닿으면서도 끌어당길 수 없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뻗으면 될 것 같은데, 기억의 끝자락이 쉬이 잡히지 않았다.


어느덧 두 개밖에 남지 않은 튀김. 이 시간이 지나면 영영 떠올리지 못할 거란 뜬금없는 긴장감 속에서 하나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모락모락. 다행히 어렴풋한 이미지가 가느다랗게 피어올랐다. 햄버거. 그리고 어머니.


그 맛은 어머니가 해주신 햄버거 맛이었다. 어린 시절 별식으로 종종 해주셨던 수제 햄버거. 정확히는 햄버거 속에 든 패티 맛. 그 맛이었다.


수제 햄버거라고 거창한 것은 아니다. 다진 고기를 이런저런 채소와 버무려 만든 패티를 양배추 샐러드와 함께 빵 사이에 넣은 것이 다다. 햄버거 빵을 구할 수 있게 되어, 빵 모양이 동그랗게 변한 것 말고는 업그레이드 된 적이 없는 햄버거. 그렇게 나는 누군가는 밍밍하다고 할 어머니의 햄버거를 떠올렸다.


문득그리움


문득 그리웠다. 언제 한 번 해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넣으려는데, 못내 아쉬웠다. ‘조금 더 퍼올 걸’. 이런 날 식탐을 자제하다니. 퍼도 후회 안 퍼도 후회다.


그리고 불현 듯, 생각이란 녀석이 “나중엔 더 이상 맛볼 수 없을 어머니의 햄버거”란 타이틀로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 이놈의 감성은 부른다고 벌떡 일어나 분위기를 잡는다. 그리고 뜬금도 없던 두 녀석의 콜라보로 어머니의 부재, 이별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랐다. 


기억해낸 시원함 보다 먹먹함이 밀려왔다. 잠시 떠올리기만 해도 보고 싶은 얼굴인데, 나중에 그 그리움을 어쩌지? 어? 이게 뭔가. 갑자기 거침없이 눈이 뜨거워졌다. 아. 마흔이 되더니 호르몬이 제멋 대로다. 시든 때든 없이 과몰입이다. 평소 일을 그렇게 할 것이지. 쩝.


급히 고추냉이가 잔뜩 풀린 메밀국수를 입에 처넣었다.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찔끔 났다. 아니. 눈물이 찔끔 나며 코끝이 찡해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눈물이 났고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더 살아 보아도 적응되지 않는 것


이렇게 마흔이 되어도 이별과 부재에 대한 쓸쓸함은 익숙하지 않다. 어째 예전보다 더해진 것 같기도 하다. 생각만으로도 헛헛해진다.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서글프다. 이러고 싶진 않은데, 어머니 생각엔 뾰족한 수가 없다. 눈물 구멍이 하이패스다.


누군가는 맛없어 하는 이 맛을 나는 언제가 그리워할 테다. 그것은 맛의 기억을 넘어 어머니의 기억으로 치달을 테고 미소와 함께 눈물지을지도 모르겠다. 아. 자꾸 생각하니 좀 그렇다. 아직 곁에 계신데 조금 센티해지고 싶었나 보다. 워워. 이정도면 됐다. 서글픈 생각은 여기까지.


주말에 어머니. 아니 우리 엄마를 보러 가야겠다. 잡을 수는 없지만 세월에 함께 담겨 좀 부대껴야겠다. 오래 기억되고 금방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고 가능할 것 같진 않지만 조금은 덜 헛헛해지도록. 맛있게 먹고, 함께 웃고, 오래 보며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소중히 여기며, 감사히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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