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뒷담화 에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단한 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알지만, 뭐라도 해보려는 데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된다. 먹통이 된 전자기기를 두드리고 부적으로 효과를 봤다는 누군가의 소개로 용한 점집을 찾거나 인생 역전을 꿈꾸며 로또를 산다.
물론 그것들이 결과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그런 소망어린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거기엔 거부하기 힘든 동기가 존재한다. 그것은 그렇게라도 해야지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뭐라도 해봤다는 안도감이 원치 않은 결과로부터의 아쉬움을 그나마 줄어들게 만들기에.
주식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나 같은 미숙한 투자자는 성실함을 수익의 결과와 결부 짓곤 한다. 단기간의 시세에 일일이 대응하며 ‘팔았어야 했는데’, ‘샀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은 제때 알아보지 않고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에서 생겨난다. 지나고 나서야 그럴싸해 보이는 사실들이 대부분인데도 그런 사실쯤은 자책에 밀려 얼굴을 내밀지도 못한다. 지나봐야만 할 수 있는 흔한 후회 패턴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양적인 것보다 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잘 기억한다는 것도 취약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우연히 팔고 나서 떨어 질 때와 사고 나서 오를 때의 경험에 더 영향을 받는다. 비록 반대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극적인 성공의 쾌감을 더 잘 기억한다. 그리고 같은 결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며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1~2%의 등락을 유지하던 주식이 갑자기 5%씩 급등락을 하는 날이면 이유를 몰라 분주해진다. 누군가는 기계적으로 매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본능적으로 물이나 불을 타기도 한다. 공시나 뉴스가 없으면 찌라시라도 돌고 있는지 종목 토론방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사실 이런 대응은 큰 흐름에서 의미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것은 '뭐라도 했다'는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데 있다. 뭐라도 한 후에 하는 후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는 후회보다 덜 아픈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행동 편향이라고 하는데,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대응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마음 편하기 위해 오류를 저지르는 두뇌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좋다. 마음 편하자고 하는 행동이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평소 마음 편한 방향으로 투자하자고 했던 입장에서 잘못되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급하게 내린 결정은 대체로 그다지 좋은 대응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고심 끝에 투자를 결정한 종목을 한 번의 흔들림에 줏대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이후의 투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상당히 고난도의 ‘뭐라도 하는 것’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가만히 있음으로써 ‘뭐라도 했다’는 사실에 뿌듯할 수 있다면 시세의 등락에 대응하는 동시에 마음의 편함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에이~ 그게 뭐야! 라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한 번 해보시라. 이게 무지하게 어렵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주저하면서 매수 혹은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더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대응이지만 이를 위해 무수한 시도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마음을 이기는 것이 어디 그리 쉽던가.
진짜 편안함이 뭔지 제대로 모르는 내 마음을 위해 머리를 쓸 필요가 있다. 비록 그게 말장난 같아 보여도 마음은 진심어린 말장난에 속아 넘어 간다. 그러니 한 번 되뇌어 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