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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햔햔 Dec 06. 2021

어릴 적 꿈만큼 쉽지 않은 수익률

[주식투자 뒷담화 에세이] 투자 수익률에 대한 생각



내 어릴 적 꿈은 대기업 CEO였고, 내 옆 친구의 꿈은 대통령, 그 옆 친구의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직장인으로 별 탈 없이 살아가고 있다. 비록 어릴 적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실패했다며 좌절하거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살아오면서 마주한 현실의 벽이 이리로는 못 간다며 막아서도 저리로는 갈 수 있으니 괜찮다며 안심시킨 덕이다.


대기업 CEO, 대통령, 우주비행사…, 이런 꿈을 이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확률적으로 말하면 너무 가혹하니, 아주 대단히, 무척이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만 해두고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이

모든 꿈은 높은 확률로 그냥 꿈으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알아간다. 삶에서 원하는 것 중 대부분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없음을. 


노력에 대해 말하고 싶진 않다. 노력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모두가 하루만큼 더 나아지기 위해 매일을 살아간다. 그리고 경험상 노력하지 않는 것도 실제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뛰는 곳에서 가만히 앉아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남들처럼 숨 가쁘게 뛰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수십 년을 그렇게 생존해온 사람인지라 이를 초월하는 게 너무도 어려운 거다.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는 야매일지라도 득도한 게 분명해 보인다. 그 어려운걸 해내다니. 아, 내심 부럽다.


우리가 어릴 적 원대한 꿈에서 조금씩 현실적인 꿈으로 옮겨간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그것을 실패나 포기로 보지 않고 변경이라며 합리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이것을 가능성 낮음에대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의도하지 않았던 확률에 대한 생각이 한 개인의 삶을 조금은 덜 피곤하게, 맘 편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이리저리 재보니 만만해 보이지 않아 다른 만만한 걸 찾았다는 얘기다.


높은 투자 수익을 ‘알’로 보는 태도


주식 투자에 임할 때도 꿈을 갖게 된다. 1년에 소박(?)하게 50%를 목표로 내걸거나, ‘매일 1%만 벌자’는 생각들. 과연 그 꿈들이 실현될 수 있을까? 우연의 일치로 행운이 찾아온다면 나의 소박한 꿈은 생각지 못한 엄청난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 만큼 유명해질 테다. 슈퍼 개미로 입소문을 타고, 끊이지 않는 인터뷰와 강연 요청을 거절하기 바쁠 테고, 그러다 TV에 출연하게 되고, 그러다 TV방송이 번역되어 전 세계로 퍼지더니 결국엔 세계의 이목이…. 아고, 덧없다.


왜 개인 투자자 중 90%가 손실을 본다는 통계가 있는지, 어째서 최고의 투자 구루라는 워런 버핏도 손실을 볼 때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에도, 나의 경우가 되어서는 자꾸 부푼 꿈을 꾸고 만다. 


성공한 후의 가장 큰 도전은 겸손이라는 배움도 무색하게, 작은 성공에도 우쭐하던 때가 있었다. 급등주로 운 좋게 큰돈을 벌 때면 마치 나의 냉철한 판단과 기계적인 매매가 빛을 발했다고 생각

했으며, 반대로 큰돈을 잃으면 운이 좋지 않아 아쉽게(?) 실패했다며 금방 잊었다.


이는 일종의 자기착각이다. 누구나 쉽게 저지르는 오류인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라고 있는데, 스스로를 실제와는 다르게 평가하는 현상이다. 나는 당연하게도 모자란 나를 대단하게 평가했다. 그리고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내심 확신했다. 그러길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만 꼭 모범을 보인다. 인지적 오류의 모범 사례인 셈이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확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면, 주식 투자자의 90%는 장기적으로 손실을 보고, 불과 5% 정도만이 큰 이득을 본다고 한다. 나는 이걸 경험으로 배웠다. 부드럽게 가르침을 받았으면 좋으련만, 던져지고, 채이고, 까이고… 좀 거칠게 배웠다. 오래전부터 체벌이 금지되었다는데, 내겐 왜 사랑의 매가 허락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사무치게’ 값진 가르침을 받았다. 덕분에 연간 10% 이상의 평균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최상위 펀드 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수긍하게 됐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근거 없는 수익률을 ‘이제는’ 산정하지 않는다. 운이 좋아 생각보다 큰 수익을 내면 대단히 기뻐할 뿐, 새로운 투자의 기준을 ‘예전처럼’ 높이지도 않는다. 수익률보단 기간이

우선이 되는 투자를 이어가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다. 확률적으로 생각해서 최대한 이성적 투자자가 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판단은 흐려진다. 그리고 가진 것을 당연해할 때 만족과 행복감은 줄어든다. 이루지 못한 우리의 어릴 적 꿈이 사무치는 아쉬움이 아닌 것처럼, 높은 수익률도 딱 그 정도로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특별나지 않은 지금의 모습이 인생의 실패가 아닌 것처럼, 엄청난 수익률만이 투자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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