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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햔햔 Dec 16. 2021

제가 내일의 주가를 맞춰 보겠습니다.

[주식투자 뒷담화 에세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



내일 주가는 오르거나 내립니다. 문제는 오르다 내리거나 내리다 오를 수도 있다는 거지요. 에이~ 그걸 누가 몰라~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맞습니다. 간혹 시가와 종가가 동일해지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같은 상태로 있지는 않기에, 이런 식이면 누구나 내일의 주가를 맞출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우리 모두는 내일의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다는 것을 안다는 겁니다. 사실 이건 대단한 능력입니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누군가는 그런 시시껄렁한 얘기 말고 이유와 근거를 들어서 정확한 방향을 예측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실 하나도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거지요.


누구나 압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그런데도 자꾸만 예측하려 하고 그 예측에 기대 적지 않은 것을 걸려고 합니다. 비록 그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있더라도 그 절실함이 예측을 맞게 해주지는 않는데 말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내일도 주가는 움직인다는 것과 어디로 움직일지 모른다는 사실 두 가지 뿐입니다. 이 확실한 두 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투자를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부딪혀도 심하게 다치지 않게 너무 빨리 달려가도 떨어지지 않게 안전벨트를 꽉 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주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 그로 인해 어떠한 이익을 얻으려는 동기가 있음을 반증합니다. 그 동기에는 필연적으로 기대감이 깃들어 있을 거구요. 기대감 없이 사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원하는 모습이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주식 시장에 발을 들였다면 아마도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일 겁니다.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돈을 날리려고 혹은 '본전치기'를 위해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찾은  두 가지 사실과 하나의 심리상태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주식 투자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주가가 오를 거라는 기대로 한다.


흠.. 완전하진 않지만 우선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뭐가 보이시나요? 제게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믿고 있는 제 마음'이 보입니다. 


말씀드린 것 같이 어차피 당장의 주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통계적으로 긴 기간 상승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어느 기업가가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우린 그저 모두가 악착같이 자신의 기업을 키우고자 한다는 대전하에서 기업이 성장할 거라 믿을 뿐입니다. 그게 우리의 마음입니다.


믿음은 바로 주식 투자를 하는 근거가 됩니다. 좋아질 거라는 믿음과 커나갈 거라는 믿음이 투자의 가장 중요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얘깁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실적의 경향을 보고 회사의 경영 환경이 유리한 국면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게 됩니다. 기대를 믿음으로 굳건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들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습니다. 시작을 했다면 믿음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자꾸 흔들립니다. 의심합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믿음의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시장의 등락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등락이 문제인 겁니다. 믿음으로 자리 잡지 못한 어설픈 기대는 이렇게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런 기대는 일찌감치 꺾어야 합니다. 뭐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열린 태도에서도 꺾이지 않는 기대만이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어백만 믿고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 것도, 안전벨트없이 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안전벨트를 한다고 백프로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폭락을 거치면서도 시장은 꾸준히 상승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들고만 있었으면..'하는 후회를 하는 것도 심한 등락이 있었으나 결국은 더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지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되는 것은 마음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갈대라는 말은 명언 중에 명언입니다. 세상 무엇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내 마음이죠. 이제 어렴풋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나왔습니다.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아서 입니다.


하루하루 부대끼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 그리고 그 다잡음을 위해 학습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꾸준히 할 수 있는 편안함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면, 투자 수익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성공적인 투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여러 차례 고백했지만 큰돈을 벌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여전히 부족함을 알기 때문이고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본디 패자는 말이 없습니다만, 저 같은 사람을 통해 어떻게 그렇게 지고만 살 수 있는지도 알아 두면 좋지 않겠습니까.


오랜만에 사뭇 진진하게 글을 쓰니 새롭습니다. 실없는 농담도 좀 섞고  웃픈 얘기도 좀 해야 하는데 이 글 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네요. 사실 투자 이야기는 가벼울 수 있지만, 투자는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주제입니다.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지요. 미래를 위한 어떤 행동도 결코 가벼울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울리지 않게 좀 진지해져 봤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무엇을 하든 즐거울 순 있습니다. 전쟁터에서도 사랑을 꽃 피우듯,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투자에서 편안함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투자를 이어가시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부디 저 드넓은 바다에서 큰 우여곡절이 없었던 시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다시 한 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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