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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온 Apr 14. 2018

천안 당원들을 만나고 왔다

D-61, 녹색당 지방선거 대작전 4일차


13일의 불금, 천안 당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왠지 지쳐 낮술이 땡기는 날이었는데 아쉬움에 과거의 나를 통해 대리만족 한다. 오늘의 모임 장소는 한 당원이 운영하는 한의원이었다. 역에서도 차를 타고 천안 시내를 지나 꽤 들어간 마을 안 간판 없는 곳이었다. 입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조용한 마을 한가운데 개들이 컹컹 짖는 소리에 나와본 주민분이 친절하게도 내가 찾는 곳을 안내해주셨다. 50여년을 한 자리에서 운영해온 한의원이라 들었다. 마을의원으로 자리잡은 곳.

 천안녹색당 운영위원들이 응접실에서 옹기종기 식사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은 천안녹색당이 창당하고서 운영위원들이 처음 모인 자리였다. 본격적으로 운영위원회를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운영위원들이 알면 좋은 내용들에 대한 교육을 요청한 것이다. 빔 프로젝터를 쓸 수 없는 환경이라고 들어서 고민을 하다가 신입당원 안내서를 한 보따리 들고왔다. 여기에 나온 내용 순으로 얘기를 하며 필요한 내용을 덧붙이고(신입당원 안내서만으로도 꽤 많은 내용을 다룰 수 있다), 내 노트북으로는 다른 지역당의 활동 사진 정도를 보여드릴 생각이었다. 함께 가져간 성평등한선거 가이드 소책자도 나눠드리고 각자 소개를 시작했다. 소개를 마치고 평등문화약속문을 함께 읽고, 성평등한 선거 가이드 내용도 살펴보았다. 다양한 우리가 모여 당활동을 함에 있어서 활동의 주제와 내용이 무엇이든 평등한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거듭 강조해도 모자란다. 그 노력 위에 지역의 현안에 목소리내고 개입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이 쌓인다. 이런 얘기들을 하고 나니 시간이 이미 훌쩍 지났다.

 세계 녹색당 운동의 역사, 한국 녹색당의 창당, 녹색당 헌장의 여섯 가지 가치들, 한국 녹색당의 강령, 당헌, 조직 구조, 녹색당만의 특징, 활동할 때 유의할 점들을 빠르게 이야기하는 사이사이 무한한 격려와 응원을 건네려 노력했다. 이제 시작하는 열의에 찬 운영위원분들을 보니 감동스럽기도, 뜻대로 하는 게 쉽지는 않으니 지치지는 않으실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렇지 않도록 잘 지원하고 도와야겠다. 지역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며 길게 보고 해야 하는 일임을, 애초에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회의 무의식에, 모두의 마음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정치혐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우리가 싸우는 최종상대는 바로 내 안의 정치혐오다. 어떻게해서 내 마음에 드는 정당의 당원이 되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을 것 같고, 사람들 삶에는 관심없이 다들 뱃지 달려고 혈안되어 있을 것 같고, 선거 시기에만 권모술수로 두드러지는 모습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그게 결코 전부가 아닌데. 나는 당원들을 만나며 내 편견을 깨고, 생각을 수정한다. 정치가 뭘까 매일 묻고, 매일 다르게 답한다. 수많은 얼굴들로, 현장으로 대답이 구성된다. 오늘의 당원모임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천안녹색당 지화자 :-))!!


(딴 소린데, 지방선거를 마치면 성장소설(?)을 쓸 것이다. 상상력이 부족하므로 일단은 자전적 소설이고 주요 사건은 고등학교 회장선거이다. 인물과 전개, 클라이막스 등을 메모하고 있는 중. 회장선거 3부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하나씩 할까 싶기도 하다. 선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옛날 생각을 자꾸 하게 돼서 겪었던 선거들이 떠올라서 그렇다... 평화로워보이는 작은 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회장선거...! 어떻게 하면 그 안의 치열함을 극대화해 표현할 수 있을까? 3인칭 시점이지만 사건을 끌어가는 주요 인물은 한 명이고, 얘의 내적갈등에 서스펜스가 필요하다. 여기다가 에스에프적 요소를 넣고 싶은데 고민 중인데 분수를 알고 욕심 부리지 말자...)

 점심 때 현장언론 민플러스 기자님이 당사에 오셨다. 진보정당들의 선거준비 상황에 대해 취재해서 다음주중 기사를 내신다고하여 급히 잡은 일정이다. 간단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는데 한 시간이 금방 갔다. 인터뷰를 하며 후보들 한 분 한 분을 떠올렸다. 오늘 오전에는 신지예 후보가 첫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나 역시 서울시민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정책들이어서 울컥했다.

#서울시민_인권헌장_채택
#서울시_동반자_등록_조례_제정
#다양한_가구_구성에_맞춤한_주거권_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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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어렵지 않다. 권한과 예산과 절차와 현황을 따져 말이 되는 소리로 만드는 건 어렵지만, 결국엔 우리 어떻게 살건데?에 답하는 거라서. 아, 어려운 것이네... 정책에서 또 하나 어려운 부분은 그것을 ‘발화’하는 건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더 미룰 수 없이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힘주어 말하기 위해 결단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민들의 지지가 정책에 숨을 불어넣는다. 용감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싶다.

감동적인 #만원입니다 캠페인 인증샷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녹색 기운을 더 북돋으러 내일부터 전국투어 칵테일파티가 시작된다. 첫날은 전남 순천. 6시 30분 기상이다. 고등래퍼2 마지막 편을 못 봤는데 이미 시간이 늦었다. 우승자는 이미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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