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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온 Apr 12. 2018

오전엔 두 개의 회의를 했다

지방선거 D-63, 녹색당 지방선거 대작전 2일차

아침 출근 길에 당사 맞은 편 횡단보도에서 지윤님을 만났다. 10시에 함께 회의를 하기로 했어서 둘다 시간 맞춰 오던 길이었다. 내일 있을 [성평등한 선거를 위한 가이드] 워크숍을 위한 점검 회의였다. 준비물과 전체 순서와 발표 자료를 점검하고, 참석인원의 규모를 예상해보고, 함께 얘기나눌 질문을 정했다. 회의를 마치고 현장 기록 등 더 필요한 역할을 다른 활동가분들께 부탁드렸다.


실은 좀 긴장된다. 큰 틀에서 보면 녹색당 활동의 원칙을 확인하는 것인데, 그 취지와 선거 상황을 떠올리며 구체화한 내용들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지난 6년간 세 번의 선거에 참여하며 필요성이 축적되어 드디어 이렇게 첫발을 떼긴 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을 거다. 이후에 현장의 경험과 통찰들을 덧대서 돌아오는 선거마다 업그레이드 될 수 있기를. 공동의 역량을 쌓는 과정이 되었으면.

(라용님이 이번에 과일들을 직접 그리셨는데, 내 손으로는 그리는 건 커녕 머리속에서 상상도 못 했던 부분이다. 근데 중간에 내용 확인을 제대로 못 해서 일을 두 번 하게 만든 죄가 있다. 죄송합니다.)


이어서 [녹색당 전국 칵테일 파티 - 모히또와 함께 지방선거 발담그기 워크숍] 점검 회의에 참여했다. 이번주 토요일 순천에서 전남녹색당 칵테일 파티를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한다. 지역의 후보자들 얘기도 듣고, 이번 지방선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원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몇 가지 툴을 실!습!해보는 자리다. 20명 이상의 당원 참석, 총 50회를 목표로 곳곳에 갈 예정. 즐거운 마음으로 오셔서, 모히또 한 잔 하시고, 지인들에게 모금 권유 어떻게 할지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조직상황실에서 고민해서 준비하신 진행안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옥장판 판매, 게르마늄 베개 판매 전국투어 같은 게 떠올랐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혼자 다녀오셔서, 다음날 할아버지 손 잡고 가시고, 행운권 추첨돼서 두루마리 휴지 한 박스 받아오시고, 공연이 즐거웠다 하시더니 얼마 후에 안방에 못 보던 장판이 와있는... 그 정도로 신명나게 하면 성공 아닌가? 아무튼 이번주 토요일 순천행을 위해 신도림역 아침 7시 반 집결이다.


오후에는 문화연대 임정희 선생님의 초대로 성동구 동명초등학교 안에 멋지게 들어선 서울제2창의예술교육센터 개관식에 다녀왔다.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처럼 센터 내 층계구조가 독특해서 숨바꼭질 하고 싶었다. 신지예 예비후보와 서울시장캠프 홍보팀 은정씨랑 함께 다녀왔는데, 가보니 각자가 아는 분들이 여기저기 많이 일하고 계셨다. 언제나 반가운 당원들도 많이 마주쳤다. 교육청 주관 행사를 오랜만에 봐서 신기했다. 선생님들 특유의 진행 톤이 있다. 경쾌~! 명쾌~! 앞으로 이곳에서 열릴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기대된다.

(은정님 차를 얻어타고 갔는데, 출발하자마자 카 스테레오로 요즘 꽂혀있는 노래가 나와서 힐링타임 가져버렸다. 새소년 신곡!  https://youtu.be/u81MmQUt3n8 은정님 감사해요ㅠㅠ)

어제 일기에 이어 왜 F=CA 인지 쓰려고 했는데 오늘은 이만... 마무리 해야겠다. 내일 발표 준비를 해야해서 더 길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내일 나눠드릴 가이드의 서문을 덧붙이며 마친다.

들어가며 


<성평등한 선거를 위한 가이드>는 녹색당다운 선거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녹색당다운 선거란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녹색당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소개할 내용은 이번 지방선거의 중대한 목표와 기조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녹색당이라는 공동체가 해방의 축제로서의 선거 공간을 열 수 있는 첫 걸음입니다.
그러니 가이드북을 선거사무소에 비치하고, 모두와 가이드북의 내용을 공유합시다.

선거를 모두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선거운동이 모두에게 해방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당원들은 이 경험을 통해 정치를 배우고, 또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재미있는 도전을 합니다. 선거 운동에 단지 정당의 승리를 위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원들이 서로에게 주는 인격적인 대우와 함께 사회적 차원에서의 인정을 받기 바랍니다. 또한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과 대화하며 동시대 시민들의 삶과 고민을 알아가는 일은 정당활동의 알파요, 오메가 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녹색당에 참여하고 있는지 시민들과 집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선거참여를 통한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외치기 위해, 구성원 간의 위계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 구호 뿐인 자유는 공허할 뿐입니다. 길거리와 온라인은 당연하고, 선거 캠프 내의 공간 역시 평등하려고 노력하는 공간이지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캠프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처음부터 논의를 함께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다녀갑니다. ‘다양성이 우리의 힘’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정말 모릅니다. 고정관념이 담긴 말과 행동,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성평등한 선거,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기에 몇 가지 원칙과 대응 방법을 소개합니다. 모두가 주체로서 선거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서 최소한 이 내용만큼은 숙지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나와있는 내용이 그 자체로 완성된 ‘매뉴얼’이나 ‘정답'은 아닙니다. 이 내용을 마중물 삼아 구성원들과 함께 더 깊이있는 토론으로 나아가도 좋습니다.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일, 우리 선거캠프가 다 같이 실천할 일 한 두 가지를 추가로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선거캠프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중요시하겠다는 내부 공감대의 형성, 그리고 바깥으로의 공표가 중요합니다. 이 역시 무엇보다 의미있는 선거운동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귀담아 ‘듣겠다’는 태도입니다. 곧,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든 정치활동에 적용해야하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약자라하여 기계적으로 보호와 배려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상황은 훨씬 복잡합니다. 한 큐에 해결되지 않는, 단순명료하지 않은 상황을 견디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호감은 다릅니다.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억압과 차별은 반드시 ‘악한 마음’을 갖고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몰라서 그랬다’가 모든 면죄부가 될 수 없는 것도 그러한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격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음으로써 행해지는 무례한 행동을 주의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현존하는 위협과 제약을 이해하고 감소시킬 방법을 함께 고민합시다. 우리가 만드는 선거운동 안에서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합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보다, “아닌 건 아니”라는 단호함이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드러낼 것입니다.

녹색당이 첫 발을 뗍니다

우리는 누구나 잘못할 수 있습니다. 실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용기내어 참여한 서로를 격려합시다. 선거운동을 더 잘 성찰하고, 더 잘 사과할 줄 아는 성숙한 개인들의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합시다. 어려운 길이 결국엔 옳은 길이라는 진리는 선거운동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녹색당은 이 내용을 시작으로 더 자유롭고 상상력이 촉발되는, 해방의 축제로서 선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 공간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어온 이들이 자신의 모습대로, 원하는 장소를 활보하며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다른 문화, 다른 정치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2018.4.12
녹색당 2018 지방선거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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