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엄마가 떠난 지 10년이 되었다
“그깟 물놀이가 뭐라고”
부끄러운 마음에 밤하늘에 떠있는 별만 바라보며 동생들한테 수십 번도 넘게 사과했다.
이스터 섬까지 왔는데 바다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동생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크리스마스인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 놓치는 것 같아 짜증이 났고 화를 내며 혼자 바다로 들어갔다.
한풀이하듯 홀로 실컷 놀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동생들은 내 기분을 풀어주려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와인을 마시다 문득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깟 물놀이가 뭐라고 하루종일 삐져서 말도 안 하다니 동생들이 참지 않았다면 싸움으로 번졌을 거다. 나의 감정을 모두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잔잔해져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 답다는 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걸 의미하는 거라 생각했다.
엄마를 보내고 회사에 복귀해 일을 하다가 터무니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었다. 회의를 하다가도, 엑셀에 숫자를 넣다가도, 뜬금없이 엄마가 떠올라 눈물을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적어도 사무실에서 만큼은 엄마가 떠오르지 않길 바랐었는데 어른이기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어서 답답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어른인 척하지 않아도 됐다. 창밖을 보다 눈물이 나면 울고 밥을 먹다가도 눈물이 나면 울었다. 아이처럼 울다가 억울함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화를 냈었다. 여행하는 내내 참지 않고 내 감정에 솔직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울컥하는 순간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차분하게 내 감정을 살피고 들여다볼 수 있었다. 10년 동안 실컷 울고 실컷 화를 냈더니 더디지만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