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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볼리비아_잠시 쉬어 가기

[남미] 10년이 되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정류장이 있다면 이곳이라 생각했다. 

우유니 사막에서 잠시 머물며 차 한잔 한다면, 삶에 대한 미련도 살아생전의 나쁜 기억도 다 사라질 것만 같았다. 우리 엄마도 이곳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쯤은 마시다 가지 않았을까.


감사하게도 좋은 날씨 덕분에 하늘과 땅이 닮은 우유니 사막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여행의 8할은 날씨일 정도로 날씨는 여행에서 중요한 요소다. 예쁜 사진을 찍고 못 찍고의 사소한 차이가 아니다.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많은데 우유니 사막도 그중 하나였다. 우리가 간 그 시기도 꼬박 사흘을 숙소에서 보내야 할 만큼 날씨가 좋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우유니에선 여유로운 일정이 꼭 필요하다.

해피뉴이어!! 

숙소에서 사흘을 보내는 동안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새해 첫날 우유니 사막투어를 위해 여행사를 방문했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숙소에서 뒹굴뒹굴 누워있었다.  



엄마의 죽음 이후 해가 바뀌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나도 둘째도 엄마를 보낸 2013년 이후 올해가 몇 년도인지를 서로에게 물을 만큼 헷갈렸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버거워서였을까 그때 왜 그렀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할 때 나는 동생들과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났다.

회사를 관두고 떠나는 나에게 주변에선 부럽다는 말과 함께 여행 후의 삶이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땐 사는 게 무의미해 여행 후의 삶을 생각할 여력 따윈 없었다. 

여행이 끝난 후 일 년 간의 공백을 메우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여행 후의 삶을 그려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뭐 든 지 두 배로 노력해야 했고 세 배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불편했지만 불행하진 않았다. 내 삶을 잠시 잘 쉰 덕분에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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