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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페루_주변을 둘러볼 것

[남미] 10년이 되었다

작은 배낭에 필요한 물품과 중요한 물품을 옮기고 큰 배낭은 호스텔에 맡겼다. 

마추픽추를 가기 위한 우리의 첫 시작이었다. 쿠스코에서 출발해 경유지인 오얀따이땀보를 거쳐 마추픽추가 있는 아구아스칼리인떼 마을에 도착하는 것이 오늘에 목표다.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 마을까진 버스로,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칼리엔떼까지는 걷기로 했다.

그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한 시간 반밖에 타지 않을 기차에 인당 백 불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자니 아까웠다. 

 작은 배낭 하나, 보조가방 하나, 카메라와 거치대. 우리 삼 남매가 하나씩 맨다면 가뿐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되자 기차를 타고 우리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가뿐하다고 느꼈던 가방은 주변의 풍경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어깨 위의 배낭처럼, 엄마를 잃은 후 슬픔의 무게 때문에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괜찮냐는 말을 들을 까봐 무심코 나온 엄마라는 단어에 눈물이 날까 봐, 메시지는 보냈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피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 등갈비이야기가 나온 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먹고 싶다는 네 글자를 카톡에 남겼다. 

한 친구는 빨래를 널다 말고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을 버스를 타고 왔으며, 또 다른 친구는 출산 예정일 코앞이라 남산 만해 진 배를 앉고 왔다. 소복이 눈이 쌓인 겨울이었다.  

엄마를 잃은 슬픔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자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0년 만에 술기운을 빌려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그때 와줘서...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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