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10년이 되었다
엄마의 커피는 헤이즐넛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 거실로 나오면 고소한 향기가 정말 좋았다. 고소한 향기만큼 맛도 고소할 것 같아 엄마의 커피를 한 입 뺏어 먹었지만 쓰디쓴 맛만 느껴졌다.
“헤이즐넛 커피가 있나요?”
카페를 갈 때마다 물었지만 헤이즐넛 시럽을 권할 뿐 헤이즐넛 향이 가득한 달지 않은 아메리카노는 없었다. 커피의 도시 살렌토라면 엄마가 좋아했던 헤이즐넛향이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을 꺼라 생각했다.
살렌토엔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커피농장이 있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농장투어의 일정은 비슷했다.
커피가 생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들으며 농장을 거닐고, 커피 열매와 생두를 만져보고, 그들이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면 끝이 난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직원들은 기념이 될만한 고급 원두라며 금빛 포장지로 포장된 원두를 구매하기를 권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헤이즐넛 원두를 요청했지만 없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길 우리가 원하는 헤이즐넛 원두는 커피콩에 헤이즐넛 향을 입힌 가공된 상품이라 했다. 그런 가공된 상품은 이곳에 없다고 했다. 헤이즐 넛 향이 나는 커피콩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 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라는 노희경 작가의 말처럼 엄마는 내 인생의 전부가 돼버렸다.
엄마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 늘 미안했다. 그때 짜증 내지 말걸,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 걸, 엄마랑 여기저기 많이 가볼걸... 모든 것이 후회의 연속이었다. 분명 엄마한테 서운해서 원망했던 적도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런 것들은 떠오르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좋은 곳을 가면 갈수록, 맛있는 걸 먹으면 먹을수록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끼리만 누리는 것 같아 미안해져 온전하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10년이 지나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늘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