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남매 Oct 22. 2023

미국_여기, 엄마를 만나다

이야기를 마치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엄마의 흔적을 찾았다.


둘째가 샌프란시스코에 잇었을 때, 엄마가 한 달 정도 간 적이 있었다. 영어도 모르는 엄마가 홀로 미국을 간다고 하니 걱정이 됐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비행기표를 끊었다.

퇴근 후 엄마에게 입국 카드를 작성하는 법과 입국심사 때 해야 하는 몇 가지 말들을 알려줬다. 미국으로 떠난 엄마는 내 걱정과 다르게 여유로웠다. 면세점에서 선글라스도 사고, 엄마가 참으로 멋져 보였다.


첫째 날, 엄마가 갔던 인 앤 아웃 버거에서 점심을 먹었다. 엄마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내 입맛에 딱 인 걸 보니 엄마한테는 엄청 느끼했을 것 같다. 엄마가 한 입만 먹고 안 먹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햄버거 가게를 나와 피어 39로 향했다. 둘째가 나름 선별하여 엄마를 데리고 간 건데, 피어 39를 처음 본 엄마는 연안부두 같다며 별로라고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페리 빌딩 안에 있는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마셨다. 블루보틀 시그니처 음료인 뉴올리언즈를 사서 엄마에게 줬더니 겨울에 차가 음료를 사 왔다며 타박했다고 한다. 하루종일 퇴짜만 맞아 둘째도 그날 기분이 별로였다고 했다. 

둘째 날, 버스를 타고 골드 게이트 브리지로 향했다. 드디어 엄마가 미국에 온 것 같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엄마가 좋아했던 이곳에서 엄마와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고 바닷가를 거닐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유니온 스퀘어로 돌아와 한인마트로 향했다. 엄마는 이곳에서 매일 겉절이를 샀다고 했다. 매일 오는 엄마의 얼굴을 기억한 슈퍼 주인이 어느 날 가래떡을 공짜로 줬다고 했다. 분명 둘째가 유명한 식당도 데려갔을 텐데 한국에 돌아온 엄마에게 뭐가 제일 맛있었냐고 물었을 때, 그날의 가래떡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을 떠나기 전날, 미국에서 찍은 엄마의 사진을 챙겼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단 한 번도 엄마의 사진을 꺼내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본다는데 우린 가슴이 먹먹해져 엄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여행을 다닐 때도 사진이 구겨지지 않게 배낭 안쪽에 넣어 놓을 뿐 꺼내지 못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의 사진을 꺼내 오랫동안 보았다. 같은 장소에서 엄마와 같은 포즈로 찍기 위해 몇 번이고 살펴봤다. 여행의 끝에 다다른 순간 우린 엄마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덧 여행을 떠난 지 5년, 엄마를 보낸 지 10년이 되었다.

우리는 엄마 없이 못 살 것 같았던 시간을 지나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엄마랑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때론 슬프지만, 엄마가 보고 싶으면 사진을 꺼내 볼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미안하게도 우린 엄마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이전 25화 쿠바_막살기로 결심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