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브레겐츠
영국에서의 1년을 제외하곤 엄마와 떨어져 산 적이 없었다. 매일 엄마를 보기에 따로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과 자주 보던 그 흔한 영화도 엄마와는 단 둘이 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거리에서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의 포스터를 본 그 날, 처음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 연극 보러 갈까?"
“우리 브레겐츠 페스티벌 갈래?”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동생들에게 물었다. 사실, 브레겐츠는 내가 꼭! 다시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2015년 휴가만을 기다리던 회사원 시절, 우연히 브레겐츠 페스티벌에 관련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매년 7~8월이 되면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중 보덴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야외 수상 오페라는 단연 최고다. 2년 동안 한 작품을 공연하는데, 2015년~2016년은 [투란토트]가 상영된다.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짧은 글 아래 첨부된 무대 사진에 마음이 꽂혀 그 해 여름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밤 9시 30분.
9시 시작인 공연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에 지연되고 있었다. 행여 취소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공연장 주변을 서성일 때,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사람들이 웃으며 우비를 입은 채 자기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하지만 공연이 중반부를 향해가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닦아가며 힘겹게 공연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배우들이 연기를 멈췄다. 그리고 곧 공연을 중단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환불해준 유로를 받고 숙소로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허탈한 마음에 언젠가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아쉬움으로 가득 찼던 브레겐츠에 동생들과 함께 다시 왔다. 홀로 피자를 먹었던 그곳에서 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고, 혼자 거닐었던 호숫가를 동생들과 함께 걸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대신에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투란도트] 대신에 [카르멘]이 무대 위에 올랐다.
처음에는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리가 과연 잠들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광고에서 듣던 익숙한 노래와 화려한 무대 장치들 덕분에 모든 시간이 순삭이었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본 그날도, 괜히 슬픈 이야기를 선택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됐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한 후로 나는 애써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외면했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실제 상황이든, 드라마 속의 설정이든, 그들이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 같아서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잘 봤다는 엄마의 말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재미있고, 웃긴 영화 한 편을 볼 걸이라는 후회도 했다. 하지만 엄마를 떠나보내고 난 뒤, 그때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아녔음을 깨달았다. 롱런하는 연극 덕분에 매년 거리에서 홍보 포스터를 볼 때면, 엄마와 함께했던 그 날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때는 슬펐지만 시간이 흘러 추억이 되었음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