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 뮌헨
긴장의 연속이었던 아프리카 여행이 끝났다. 강도를 만나지도, 물건을 도둑맞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픈 곳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인지 나미비아에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탔을 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여행은 쉽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관광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을 뿐,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신기하게도 우리 셋 모두가 똑같은 마음이었다.
힘들게 나와 뢰머광장을 돌아다녔지만, 흥미가 없었다. 목적 없이 걷다 마주친 작은 마켓에서, 프랑크푸르트의 전통술인 아펠바인(Apfelwein)을 마시며 솔직한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왜 이렇게 돌아다니기 싫지? 뮌헨으로 이동하면 나아지겠지? 프랑크푸르트보다 볼게 많으니깐.”
하지만 뮌헨에 도착해서도 우리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 좋은 것만 보고, 새로운 것들을 접하다 보니 점점 감흥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장기 여행자들에게 감기처럼 온다는 여행의 권태기가 찾아온 것 같다.
엄마의 삶에도 권태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각자의 삶을 사느라 정신없었을 때, 엄마는 단조로운 일상에 지루해했다.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화장을 지우고 있을 때, 엄마가 내 방 침대에 누워 “오늘 어땠어? 회사에서 별일 없었어?”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별일 있을게 뭐가 있어.”라고 무뚝뚝하게 대답을 했다. 엄마는 심심하다며 조잘조잘 이야기 좀 해보라고 나를 타박했지만, 만사가 귀찮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난 후, 문득 엄마한테 잘 못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사소했던 일이지만 미안함에 가슴속에 남아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엄마가 내 방 침대에 누워 나에게 질문했던 그날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서운해하던 엄마의 표정이 종종 떠오르기 때문이다.
우리를 돌보느라 바쁘게 살다, 삼남매가 하나둘씩 스스로 하게 되자 엄마의 삶에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 시간들은 엄마에게 편안함을 주기도 했지만 공허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우리에게 그 권태로움을 채우고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일 텐데, 그때의 나는 엄마의 마음을 알아챌 만큼 현명하지 못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됐을 텐데, 그 쉬운걸 왜 하지 못했던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