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베네치아
루이뷔통, 프라다, 구찌......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 한 명품이 즐비한 패션의 도시 밀라노. 이 곳에서 우리는 옷을 사기로 했다. 시선은 화려한 명품 매장으로 발걸음은 H&M 매장으로 향했다.
나는 유행에 민감한 편이 아니다. 아니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회사에 출근할 때도 아침에 내 손에 잡히는 놈이 그 날의 착장 대상이었다. 옷보단 잠이 더 소중했다.
그런 내가 H&M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옷들이 예뻐 보였고, 사고 싶었다. 사실 옷이 정말 예뻤다기보다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예뻐 보였던 것 같다.
우리가 사야 하는 옷은 마네킹이 입고 있는 화려한 옷이 아니다. 편안하면서도 빨아도 잘 늘어나지 않는 저렴한 옷이 우리에겐 필요했다.
공평하게 삼남매가 한벌씩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옷을 샀으니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겹겹이 꼬매 입은 냉장고 바지는 버려도 된다. 하지만 막상 버리자니 아까웠다. 잘 때 입으면 딱이라는 생각에 자꾸 머뭇거렸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제일 힘들었던 건 엄마만 없다는 사실이었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쌈장도 있고, 쓰던 화장품도, 신던 신발도 다 그대로인데 엄마만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낯설었다.
안방 옷걸이에는 엄마가 평소에 입던 옷과 잠옷이 걸려있었다. 엄마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는 옷은 빨 수도 버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엄마의 옷은 몇 년이 흘러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 날에도 그곳에 걸려있었다.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후, 우리는 짐을 정리해야 했다. 모든 물건이 정리 대상이었다. 엄마의 옷도 물론, 정리 대상이었다. 옷장에서 엄마의 옷을 하나씩 꺼내다 보니 우리의 추억도 하나씩 소환됐다. 삼남매의 입학식과 졸업식, 가족여행, 엄마의 생일 등... 엄마의 모든 옷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엄마의 옷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엄마의 흔적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아서 서러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리를 해야만 했다.
우리만의 기준으로 보관할 옷과 정리할 옷을 나눴다. 옷을 정리한다고 해서 우리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엄마의 물건들과 슬픈 이별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