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세요. 괜찮지 않습니다.

[영국] 페인턴

by 삼남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는 ‘괜찮아?' '그래도 힘내야지’와 같은 말들을 하지 않는다. 엄마가 아팠던 그 지옥 같던 시절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엄마의 병세와 우리 남매의 안위가 걱정돼 물었겠지만, 묻는 사람조차도 알았을 것이다. 절대 괜찮을 수 없으며, 힘이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을...



그래서 엄마가 아팠을 때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말하지 않았다. 괜찮냐는 질문에 괜찮다는 대답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에 그 상황조차 만들지 않았다.


10년 전 영어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영국 페인턴으로 떠났을 때 만나게 된 앤과 토니는,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러하기에 여행을 결심한 순간 동생들을 꼭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엄마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사실 앤과 토니에게도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기에,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10년 만에 앤과 토니를 만났지만, 그들은 며칠 전 놀러 온 손주들을 보듯 따뜻하게 우리를 안아주었다. 그들을 처음 본 셋째조차 그 온기를 느낄 정도로 그들의 품은 따뜻했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밀크티를 마시며 그들이 궁금해하던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가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와 엄마의 이야기, 나아가 아빠의 이야기까지 말하게 되었다.

앤과 토니는 그런 우리에게 가식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때론 너무 냉정하게 말해 놀랄 정도였지만 단 한 번도 '지금은 괜찮니?' '그래도 힘내서 살아야지'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전 인사를 나눌 때 그 전보다 우리를 더 꽉 안아주었고, 힘껏 안아준 포옹은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



엄마를 잃고 난 후, 나는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어떤 말도 그 순간에는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걸 경험했기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앤과 토니의 따뜻한 포옹을 통해 때론 말보다 마음을 담아 안아주는 게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마음을 담아 힘껏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진정으로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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