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저성과 문제를 구성원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여러 조직을 거치며 직간접적으로 저성과의 늪에 빠진 조직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직접 어떤 조직을 이끌어보기도 하고,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보기도 했다.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양한 사람과 조직을 경험해 볼 기회도 있었다. 사실 안타깝게도 내가 속한 조직의 성과가 저조했던 적들이 꽤 많았다...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도 속상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답답했던 상황은 조직의 성과가 저조한 문제를 자꾸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우였다.
여담이지만 성과가 좋지 못한 조직에 함께했던 경험이 나에게 준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조직과 성과에 대해 관심을 쏟고 정말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정신승리).
과거에는 조직의 저성과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상황이면 "(구성원의) 정신이 썩어서 성과가 저조하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서 이런 극단적 표현을 직접 구사하는 리더들은 많이 없어졌지만, 표현의 형태만 다를 뿐 비슷한 논리로 조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리더들은 여전히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의 정신이 썩어서 성과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작동할 때 그 조직의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굉장히 흥미롭고(?) 우려스러운 기사를 하나 접했다.
[단독] "슬리퍼는 자리에서만"...'관리의 삼성', 기본 수칙 강화한다
https://v.daum.net/v/20250507062909714
기사에 언급된 공식적인 사측의 입장은 "안전을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1.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도 같은 이유로 같은 조치를 하고 있는지
2. (사원들의 반응을 보았을 때)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사측의 입장과 실제 내부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혹시나 "구성원들의 정신이 썩어서" 성과가 저조하기 때문에 "정신머리를 바로잡고 기강을 잡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강력한 의심이 들었다. 최근 삼성이 겪고 있는 실제적인 위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만약 실제로 삼성이 그에 대한 조치로 "기강 잡기"를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삼성의 미래가 더 어두워지지 않을까 큰 우려가 되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종합해 보았을 때, 많은 경우 어떤 조직의 성과가 저조한 이유는 조직의 구조적 문제나 그 구조를 구성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최종책임자, 즉 리더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경우들이 많다.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나 리더의 문제로부터 조직의 성과가 악화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 개인의 문제 또는 멘탈리티 문제로 그 원인을 정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문제의 원인을 개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조직적 문제는 일단 덮어두고 무시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구성원들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이 취해지게 되면(예를 들면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으니 복장을 단속해라, 근태를 철저하게 감독해라 등등...) 대략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다.
1. 회사를 욕하거나 반발한다.
2. 심한 경우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생긴다.
3. 일시적으로 분위기가 잡히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만에 하나 3번의 경우처럼 긍정적인 효과가 작용해서 나름대로 구성원들의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 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성과를 개선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거나 그럴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행동에 옮기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주로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은 리더가 규정한 문제의 원인과 다른 방향의 변화를 시도하려고 할 때이다. 높은 확률로 의사결정과정이나 업무가 진행되는 프로세스 속에서 변화를 가로막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좋은 의도로 출발한 시도가 가로막히고 좌절된다. 때로는 이런 핀잔이 돌아오기도 한다. "왜 이렇게 나대냐"
나름대로 열정을 가지고 뭘 해보려고 했지만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개인의 동기부여 수준은 이전보다 더 떨어지게 되고, 일반적으로는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구성원이 낼 수 있는 성과는 더 저조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 일부 구성원이 그 조직을 떠날 수 있다. 특히나 실제로 역량 있는 인재들이 조직을 이탈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위와 같은 난국에서, 조직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구성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결국 조직의 리더의 의사에 의해 무시되거나 잘못 구축된 조직 문화와 프로세스, 의사결정 과정 속에서 손쉽게 무력화되기 마련이다. 결국 나름대로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도 조직에서 고립되거나 떠나는 경우들이 매우 흔하게 벌어진다.
그다음 벌어지는 더 최악의 상황은 리더가 아래와 같이 말할 때가 아닐까?
"회사에 역량 있는 인재가 없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해 봐라"
"역량 있는 인재를 어떻게 채용할지 대책을 세워봐라"
"요즘 것들은 이래서 문제야 ... 나 때는 말이야 ..."
...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다 파악하셨겠지만 문제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었지만 리더 본인 또는 조직의 문제로 인해 이미 조직을 떠났다는 것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데 있다.
눈치채셨겠지만 내가 직접 겪어봤던 실제 상황들을 매우 단순화시켜서 글로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최근 가까운 지인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지인 : "우리 회사가 요즘 성과가 안 좋은데 그 원인을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직원들의 인식 부족이 원인이래"
나 : "아니 언제는 인식 부족이 아니었던 때도 있었나?"
나도 한 때 몸 담았던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인데, 실제 상황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분석으로 들렸다.
"직원의 인식 부족"이라는 말 참 쉽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조직적 차원의 문제, 또는 리더십의 문제에 대한 회피이자 책임 떠넘기기처럼 활용될 때가 많다. 그리고 경험상 대체로 그런 조직은 리더가 권위적이며 불투명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기 바쁘다. 결국 점점 조직의 문제가 악화되고 저성과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허덕이게 된다.
나의 지인은 해당 조직에서 꽤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이미 조직을 떠날 마음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
유능한 리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조직을 판단할 수 있는 다분히 주관적인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해 본다. 사실 나의 실패 경험에서 만들어진 나름의 판단 근거가 담긴 질문이다.
1. 리더가 조직적 차원의 문제를 인지하고 조직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
2. 리더가 의사결정시스템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고자 하는가?
3. 리더가 조직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켜 책임을 떠넘기거나 진짜 본질을 회피하려 하지 않는가?
4. 리더가 리더 본인의 문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물론 어떤 조직이든 실제로 구성원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규모의 조직이 구축되면, 개인의 문제만으로 조직이 망가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혹시나 만약 그런 개인이 조직에 존재한다면, 안타깝지만 그 사람을 조직에서 내보내면 된다.
그러나 한번 고착된 잘못된 조직문화는 조직을 영영 병들게 한다. 그리고 그런 조직을 만든 책임은 많은 경우 리더 자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