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병들게 하는 리더의 이중플레이

리더의 메타인지에 대하여

by 아웃클래스

메타인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메타인지 또는 상위인지는 ...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자신의 생각(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자기 인지 능력을 뜻한다.
- 위키백과


위키백과의 정의를 따라 메타인지를 간단히 표현하면 '생각을 생각하는 능력'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특징은 말의 맥락에 일관성이 있고 더 나아가 말과 행동 또한 대체로 일치한다.


나는 이 능력이 리더에게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겪었던 어떤 대표의 이야기이다. 멘트를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재구성해본다.


"성과 부진의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저 말을 뒤집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 일어나는 이 문제의 원인을 샅샅이 조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끝까지 추적할 겁니다."


나는 저 사람이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분명한 것은 앞부분에 얘기한 정상적인 멘트는 본인의 본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할 말은 하는 한 측근 직원이 '이렇게 이렇게 말씀하셔야 합니다.'라고 대표에게 간곡히 건의를 했고 그래서 그나마 정상적인 말을 했더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기 본심이 드러나는 뒷쪽의 멘트를 할 때면 주로 역정을 내며 말하곤 했는데, 늘 마무리가 가관이었다.


"지금 화내는 거 아닙니다."


때로는 탈출이 답일 때가 있다.




조직이 어떻게 망가지고 어떤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다. 많은 실패 경험이 나에게 준 아주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실패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다루고 싶은 조직을 망치는 문제는 “리더의 이중 플레이”이다. 다음의 상황을 보자.


어느 날 리더가 이렇게 말했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그 달에 회사의 실적이 저조하자, 실적 저조에 대해 담당자를 강하게 문책하고 즉각적인 대책보고를 지시했다.


아마도 해당 회사의 직원이라면 내적으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발전하자"고 한 사람이 한 행동이 맞을까? "대표님이 분명 장기적으로 보자면서요!" 라고 누군가 따졌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이런 답변이 돌아오면 또 어떨까?


"이것과 저것을 다 잘해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 한 가지 방향만 바라볼 수는 없다."


물론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그럴듯한 말과 포장은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조금이라도 쌓인 사람이라면 리더의 본심이 어디에 있는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말보다는 행동이 사람의 본심을 드러낸다. 그래서 나는 '말'을 믿지는 않는 편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는 그때그때 요구되는 대외적인 이미지나 평판 관리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그러면 상황에 따라 리더가 누군가에게 "듣기 좋게 들리는 말"을 해줄 수도 있다. 가끔 어떤 리더들이 유튜브나 유명한 책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 드는 이야기를 자기 얘기처럼 늘어놓는 경우들도 종종 봤다. 하지만 막상 실제 조직의 운영에 들어가서는 전혀 딴판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들이 부지기수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나는 1차적으로 리더의 메타인지가 부족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메타인지가 왜 부족한가?에 대해서는 리더의 내면에 관련된 복잡한 문제이므로 다른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메타인지가 부족한 리더들의 보이는 특징 몇 가지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의 결과이다.


1. 말과 말, 말과 행동 사이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메타인지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이 했던 말을 금방 뒤집고 딴 소리를 하거나 자기 말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기가 진짜 하려는 말이 아니거나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려는 말이었기 때문에 본인도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같은 질문이나 주제에 대한 답변의 양상이 말할 때마다 계속 바뀌는 사람이 있다. 그래놓고 나중에 누군가 그 부분을 지적하면 오히려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발끈하기도 한다. 일하다가 정말 어이없고 빡치는 순간 중 하나는 "시키는 대로 했는데" 나중에 와서는 그 일을 시킨 사람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라고 말할 때가 아닐까?


2. 맥락을 삭제한다.

쉽게 말해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성과가 저조한 한 회사가 있다. 업무 체계와 내실의 부족이 성과의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전반적인 의견인데 리더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리더의 지나치게 강한 실적 압박은 조직의 내실은 다지지 못한 채 즉각적인 효과가 나오는 근시안적인 대책만을 시행하게 만든다. 그런 조직은 한번 저성과의 늪에 빠지면 더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그러나 리더 자신은 저성과의 1차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저성과를 유발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않고 부분을 떼어낸다. 어떤 어떤 담당자, 어떤 부서가 "정신이 해이해졌다"거나, 전혀 엉뚱한 원인을 들고 와서 현상을 비틀어 버린다. "원래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목표인가?", "직원들의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 등으로 맥락을 삭제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을 강조한다.


3.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사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야 실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메타인지가 부족한 리더는 맥락은 보지 않고 문제의 부분만을 가지고 상황을 비틀어서 생각하다 보니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자기를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강력한 자기 합리화의 결과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자신의 판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결국 나는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이런 리더가 있는 조직 내에서 누군가 조직의 문제나 리더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피드백을 하면 어떻게 될까? 메타인지가 부족한 리더들은 많은 경우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는 부하 직원들을 찍어 누르고 입을 틀어막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들이 정말 많다. 심하면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자기가 틀렸거나 잘못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면 죽는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리더가 자기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듣고 싶은 말만 선택적으로 듣고 그런 말을 해주는 '간신'같은 사람만을 가까이에 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혹은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 소위 '예스맨'들만 주변에 남게 된다. 반대 의견이 사라진 조직의 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경직되고 상황은 더 악화된다.


4. 놀랍게도 일관성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에게도 일관성이 나타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대표라면 여지없이 당장의 실적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인다. 넓은 시야로 상황을 바라보지 못하다 보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건물 외관이나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중간 관리자들의 경우 "위에 잘 보이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해진다. 아랫사람을 쥐어짜서 어떻게든 위에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실적을 어떻게든 부풀리고 자기 공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계획,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맥락 따위는 쉽게 무시한다. 자기가 했던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것도 별로 거리낌이 없다. “욕심에 눈이 멀었다”는 표현이 이럴 때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과해지면 사태를 진실하게 보는 눈,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눈이 멀어버리게 된다.


위와 같은 특징들을 보이는 리더와 함께 일을 하면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이 단기적인 시야로만 일을 하게 되고 수동적으로 태도가 변하게 된다. 어떤 리더들이 "우리 직원들은 너무 수동적이에요..." "우리 직원들은 말을 안해요ㅠㅠ'라고 말하는 경우들을 종종 경험했는데, 높은 확률로 리더가 가진 문제가 직원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은, 정작 구성원들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문제를 리더 자신만 모른 채 조직은 점점 병들어 간다.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조직에서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직원을 관찰할 수 있다.

1. 회사(또는 조직)는 원래 이런 거라며 스스로 가스라이팅 당해버린다.

2. 사태를 파악하고 비판적 견지를 갖는다. 먹고살아야 하니 회사는 그냥 다니지만, 열심히 일 할 수가 없게 된다.


만약 오늘 이야기한 스타일의 리더와 함께하는 직원분이 계시다면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할 수 있는 대로 두 눈 부릅뜨고 이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관찰하고 비판적 견지에서 사태를 분석하고 정리해 보기를 바란다. 어차피 요즘은 평생직장을 갖는 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조직의 논리에 흡수되어 버리지 말고 나만의 내공을 기르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내가 보고 들었던 것들을 반면교사 삼아 내 역량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리더의 위치에 계신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리더는 공부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특별히 '사람'에 대한 공부를 멈춰서는 안 된다. 공부를 멈추고 안주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위에서 언급한 모습이 내 모습이 되기가 아주 쉬워진다. 건방져 보일까 봐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거듭된 실패에서 비롯된 절절한 깨달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리더가 이중플레이를 하는 것이 모두 나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거나 사람이 나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더도 사람이므로 성장의 과정 속에서 저지르는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특별히 나 자신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가장 간단한 실행 방안으로는 '성실하게 기록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바탕으로 내가 했던 말과 글, 내가 결정한 어떤 사안에서의 맥락을 살피고 스스로 피드백하는 훈련들을 해보자.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내가 정말 이런 말을 했었나? 내가 왜 이런 결정을 했지?"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강사이다 보니, 강의를 할 땐 항상 녹음을 하고 직접 듣고 피드백을 하는데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보고 피드백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안타까운 사례의 주인공이 내가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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