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무너진 조직, 신뢰가 사라진 회사

리더가 진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by 아웃클래스

조직은 본질적으로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말하는 '조직'이란 개별적인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사람의 모임'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없는 조직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가끔 리더들이 이 사실을 잊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대표의 이야기이다.


이 대표는 입버릇처럼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며, "아유 지금 여기에서 들어간 시간이면 직원들 시급이 얼마야"와 같은 멘트를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 대표는 직원들이 1분도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봤다. 자기가 보기에 (실제로 그렇지 않았는데도)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놀고 있는 것 같으면 허드렛일을 시키거나 핀잔을 주거나 갈구곤 했다. 대표가 사무실에 오면, 직원들은 어떻게든 그 대표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려는 듯 모니터만 응시하고 열심히 일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대표는 직원들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는 점이다. 직원들을 어떻게든 갈라놓고, 업무적 소통 외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사무실 자리 배치를 수시로 바꾸는가 하면, 심지어는 메신저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감시하기까지 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직원들 간에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별로 좋게 여기지 않는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냈다.


퇴사자는 날로 늘어만 갔고 회사의 사정은 점점 나빠졌다.




'조직은 관계'이다. 조직의 본질에 관계가 있다고 하면, 관계가 건강해야 조직도 건강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가 건강하다는 것은 곧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건강한 조직의 근간에는 '소통이 되는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먼저는 '대화가 가능해야'한다. 일단 복잡한 것 다 제치고,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장 기본이다. 눈치 보고 이야기를 못하는 분위기, 극단적으로는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분위기가 조직에 흐른다면, 관계가 끊어지고 조직은 불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내가 한 말로 인해 불이익이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사안에 대해 건의를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리더가 "제가 원한 건 그런 건의가 아니에요." 라고 한다든지, 리더가 이야기를 아예 무시하거나 심지어는 왜 '불평불만'을 하느냐며 노발대발 화를 내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의 건의를 리더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꽁해 있다가' 어떤 불이익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있는 그대로의 건의를 하는 직원은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리더가 조직 분위기의 싸함을 느끼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하지만 한번 경직된 분위기는 잘 풀리지 않는다. 일례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며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요즘 많은 회사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데, 사실 영어 이름 부른다고 무조건 조직이 수평적으로 변하거나 소통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AA.22581128.3.jpg 출처 : 한국경제신문


어떤 형식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기본적으로 소통에 대해 리더가 갖는 태도, 조직이 구축한 문화가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리더가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피드백을 주었다면, 피드백을 받을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2.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만 하지 않는다.

3. 때로 리더가 혼자 어떤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면, 명확하게 이유를 알린다.


요약하자면 소통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를 향한 리더의 태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조직의 전반적인 문화가 중요하다.


거창한 방법 외에도 간단하게는 구성원들과 커피 한 잔 하면서,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들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어쨌든 소통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다만, 그렇다고 조직 구성원들이 무조건 절친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다루는 조직은 대개 '회사'를 두고 말하는 것이므로 더더욱 그렇다. 때로는 서로 너무 친해져도 조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을 왕왕 보았다. 친해져야 한다고 억지를 쓰는 조직들도 가끔 보았는데, 안타깝지만 그런다고 조직의 생산성이 친분에 비례해서 올라가진 않는다. 실패로부터 배운 소중한 교훈이다.


관계 구축에 있어서 친해지는 것도 필요한 부분은 맞지만, '친해지는 것'과 '건강한 관계와 소통'이 꼭 같은 말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소통의 바탕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도 결국 내가 어떤 건의나 의견을 말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조직의 구성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 건강한 조직의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다시 말하면 "심리적 안전감으로서의 신뢰"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복잡하듯 '신뢰'라는 것 또한 그렇게 단순하게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오늘의 글을 통해서는 조직이 형성해야 할 신뢰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 보고, 신뢰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들과 함께 해결 방향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부러 자신의 조직을 망치고 싶어 하는 리더는 없을 것이다. 리더라면 대개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거나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 한다. 이때 가장 쉽게 꺼내들 수 있는 동기부여의 방법은 '성과에 대한 강한 압박', '경쟁 유도' 같은 것들이다.


문제는, 성과에 대한 강한 압박과 지나친 경쟁 유도는 관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리더가 조직의 부서들에게 강한 성과 압박을 가하고 부서 간 경쟁을 부추긴다고 가정해 보자. 각 부서는 자기 부서에 부여된 목표만 달성하는데 급급해서 조직 전체를 보지 않고 자기 부서의 성과만 바라보게 된다. 이에 더해 부서 간 경쟁을 지나치게 유도하면, 부서 간 경쟁의 결과가 승/패로 연결되므로 서로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구성원 간의 소통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철저하게 내 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사일로 현상(부서이기주의 현상)'이 생겨나게 된다. 잘해보려고 시도한 것들이 오히려 관계를 파괴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근본적으로 검토할 것은 '조직 전체가 어떤 것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조직 전체가 지향하는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신뢰의 관점으로 표현하면,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는 "방향성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비전에 대한 정립이 되었다면, 이어서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야 할 핵심 성과들이 무엇인지가 정의되어야 한다. 그래야 팀과 팀, 부서와 부서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했을 때 더 넓은 범위에서의 큰 지향점을 두고 우선순위 조율이 가능해진다. 조직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따라서 구성원이 함께 동의하는 비전과 성과를 전제로 대화가 이루어질 때 진짜 생산성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한번 보자.


하늘에 닿는 성과 망대를 쌓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신은 그들의 행동에 분노했다. 이 땅에 내려온 신은 그들의 교만의 대가로 사람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했다. 언어가 혼잡해진 사람들은 망대 건축을 중단하고 온 땅에 뿔뿔이 흩어졌다.


01.31725039.1.jpg 바벨탑을 건설하던 사람들은 언어가 혼잡해지자 뿔뿔이 흩어졌다.


위 이야기를 조직의 관점에서 나름대로 해석해 보면 (신의 개입은 일단 뒤로 하고) '언어가 혼잡해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사람들이 흩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어가 혼잡하게 되었다는 것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조직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같은 말을 해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말로 바꾸어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조직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서로 통해야 한다.


서로 하는 말이, 믿고 있는 신념이, 방향과 가치관이 다르면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같은 지향점을 설정하고 성과를 정의해야 그 안에서 대화를 통해 일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교통정리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방향성에 대한 서로 간의 신뢰가 없다면, 서로 자기 의견이 옳다고 싸우거나 갈등이 벌어지게 되고 결국 조직의 관계는 무너진다.




조직의 비전과 성과에 대한 정의와 공유가 이루어졌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가이다. 이것은 "결과에 대한 신뢰"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실제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가장 회사에서 마음이 많이 상하는 때는 언제일까? 인사평가 시즌이 아마 그중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인사평가를 두고 내가 기여한 만큼 적절한 보상이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내가 보기에 별다른 기여가 없는 이에게 너무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닌가 불만을 갖게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적절한 보상을 위해 공정한 평가가 중요하지 않냐고 질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다른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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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로 일하고 있는 어느 지인의 경험이다. 그 강사는 뜻하지 않은 강사 교체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클래스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약 5개월을 잘 가르쳐서 종강까지 했고, 학생들로부터 만족도 평가 만점을 받은 데다가 높은 취업률까지 올렸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 강사의 기여와 공로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회사는 교육업을 하고 있는 곳이었고, 본질적으로 교육을 통해 학생이 만족하고 취업이라는 결과까지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인 곳이었다. 그런데 그 성과에 기여한 해당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사평가 시즌에 해당 직원이 아닌 엉뚱한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그 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퇴사했다.


이처럼 성과를 냈는데 건강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거나 불투명하게 성과와 보상이 이루어지면 신뢰가 무너지고 조직에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가 누구누구를 더 예뻐한다더라", "누구누구는 이미 대표 눈밖에 났다더라" … 결과적으로 조직 안에 어떤 권력구조의 불균형이 있다고 느끼고 사내 정치 같은 것들이 늘어나게 된다. 구성원들이 편을 나눠 갈등하고 험담을 하고 헐뜯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소통의 장벽이 생겨난다. 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에서의 건강한 관계는, 성과를 낸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형성된다.




좋은 관계가 형성되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먼저는 말이 통할 것에 대한 신뢰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는 말이 우리가 원하는 성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신뢰이다. 그리고 그런 성과를 냈을 때에 주어질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에 대한 신뢰이다.


리더는 '관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오늘 다루고 있는 이야기처럼 건강한 관계를 위한 소통의 바탕을 만드는 것, 조직의 신뢰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결국 '리더'의 역할이다. 이런 기본이 자리 잡혀 있지 않은 채로 구성원이 서로 친하다고 해서, 할 말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소통이 잘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오늘 다룬 이야기를 바탕으로 리더가 핵심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본다.


1.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바(비전)를 정립해야 한다.

2.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성과를 명확히 한다.

3.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이 해야 할 핵심적인 일들을 정리한다.

4. 성과를 창출했을 때의 보상을 확실히 한다.


리더는 할 일이 많다. 많은 업무 속에 파묻히다 보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위에서 정리한 네 가지 일들은 조직에서 리더만이 그 중심을 잡고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 중요한 일들을 놓치면 조직은 여지없이 관계가 무너진다.


글의 처음에 이야기한 대표의 사례처럼 혹시 내가 진짜 중요한 일이 아닌 일들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히려 관계를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사실 내가 사례에 언급한 대표도,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불안하고 조급했기에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 짐작해 본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떠올리고 실천해야 한다. 직원 한 명 한 명 1분 단위로 노는지 안 노는지 체크하는 것과 같은 일보다, 우리 회사의 비전과 성과에 대해, 그리고 보상이 주어져야 할 곳에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근본부터 검토해 보자. 충분히 건강한 관계가 조직 안에 구축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부족함 있으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보자.


한번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 조직, 탄탄한 신뢰가 형성된 조직이라면 아마 리더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조직이 성과를 내며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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