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잊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 3: 노 웨이 홈'의 결말에서, 세계를 구하기 위한 결단으로 피터 파커의 존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서 잊혀진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으로 다른 세계의 존재들은 모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고, 그 대가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피터 파커는 잊혀진다.
모두에게서 잊혀진 피터 파커는 과연 어떤 존재가 된 것일까?
이전의 피터 파커와 이후의 피터 파커는 과연 같은 사람일까?
어떤 의미에서 '기억'은 곧 '존재'이다. 우리의 기억은 곧 존재의 확인이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피터 파커'는 세계 속에서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기억은 존재를 규정한다.
그래서 기억은 힘이 강하다. 때로는 기억이 흐릿해지고 지난 시간의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기억은 삶과 존재를 규정한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있다.
어둡던 시절에 인도자가 되어준, 어려운 때의 버팀목이 되어준 나의 은인이다.
그래서 매해 이 날이 되면 마음을 다잡고 다짐한다.
'세상 모두가 당신을 잊어도, 나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기억을, 지난 시간들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게 다가오는 그때의 기억들이 감사하다.
함께 아팠던, 그리고 고통스럽기도 했던 시간들이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살아난다.
10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그녀가 떠날 때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이만큼 자란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까?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을까?
어린 시절의 내가 다 받아들이지 못했던 조언들이 이제는 이해가 되고,
후회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녀를 떠나보내며 했던 내 안의 다짐들도 떠오른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
사실 많이 부끄럽고, 그래서 기도한다.
다시 필사적으로 기억을 붙잡고,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다짐한다.
삶으로, 떠남으로 나에게 많은 것을 남긴 그녀를 기억한다.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내 삶의 은인을 한 명만 꼽는다면, 주저 없이 당신을 선택할 거예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