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우리에게 축복일까 저주일까

내가 '글쓰기'만큼은 절대 AI에게 내어주지 않으려는 이유

by 아웃클래스

나는 유난히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내 머릿속의 여러 가지 고민들이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적이 많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삶의 어떤 결정에서도 생각이 많아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기도 했다.


생각이 많은 것이 무조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생각이 많은 만큼 아이디어도 많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문제가 있다면, 그런 아이디어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에만 머물고 행동으로 잘 옮겨지지 않았던 데 있었다. 어떤 사안을 놓고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해선 안 될 이유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마침내 행동을 하지 않게 된 일들이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실행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이나, 귀찮은 것들을 먼저 고려하니 실행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신중함이었지만 안 좋게 보면 행동을 주저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결단'을 하는 것이 중요했고, '용기'가 필요했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70%만 준비되면 실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이런 나에게 AI의 등장은 솔직히 엄청난 '축복'이다.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허들'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파트너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딸깍' 한 번으로 내가 귀찮거나 생각만 하다 못한 것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실행 동력을 만드는데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내놓은 Antigravity로 바이브 코딩을 해보고 있는데, 이전 같으면 몇 주가 걸렸을 작업을 2~3일 만에 마무리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효용이 어마어마하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샘솟을 때 AI는 최고의 아이디어 다듬기 파트너이다. 언제든 큰 심리적 부담 없이 내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대화를 하며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게다가 다소 귀찮게 다가오는 실행들을 대신 처리해 주기까지 하니, 이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 AI가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AI 사용에 큰 위험성이 존재함을 느낀다. AI가 주는 편리함에 젖어 나도 모르게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생각하고 스스로 해야 할 부분마저도 소위 말하는 '생각의 외주화'를 하게 되는 상황들이 발생할 위험을 크게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AI 사용량이 많다 보니, 최근에는 AI가 오히려 나를 주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므로 자꾸 선을 긋고 내가 스스로 해야 할 부분을 스스로 지켜내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각오하고 있다. 특히 이 블로그 공간만큼은, 글쓰기만큼은 절대 내어주지 않고 내가 '나를 지키는 영역'으로 의식적으로 지켜내려 한다. 나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식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AI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지는 예상조차 어렵다. 100년 전 오늘로 돌아간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다가올 세계에서는 우리의 생각을 더 뛰어넘는 발전과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 발전이 우리에게 축복일까 저주일까. 일단 지금까지 나에게는 축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한 발짝 떨어져 넓게 바라보면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일어나는 변화의 양상들, 하나 둘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볼 때 지금 이후의 세대와 앞으로의 세계가 과연 긍정적인 미래로 다가올지 확신할 수가 없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AI를 '도구'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동의한다. AI에게 역할을 주고 일을 시키며 AI가 제공하는 답변에 대해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주체'로서 AI를 도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AI가 지시하고 사람이 이행하는' 구조로 관계의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AI를 주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심각하게는 AI에 '종속'당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된 기사의 사례를 보면 심지어는 AI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일상과 삶을 위협할 정도의 단계에 접어드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준비가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그에 맞는 대응도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거대한 변화는 거대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거대한 위기인 경우들이 많았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격차가 심화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들이 직격타를 맞고 삶이 파괴된 과거의 경험들이 있다. 산업혁명의 예가 그렇다. 결과적으로 우리 문명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하지만, 결과가 과정을 모두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벌어진 무수히 많은 인간 파괴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AI발 혁명은, 그 결과가 긍정적 일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나, OpenAI의 샘 올트먼 같은 사람들은 AI가 제공하는 생산성의 거대한 향상이 인류 전체를 부양하는 유토피아로 이어질 것이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가 보여주는 '인간'의 속성은 '선의'만으로 바라보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니 변화에 맞는 대응이, 모두가 함께 더 잘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질문해보고 있다.


변화가 너무 빠르다.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안개 낀 듯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안개 너머에서 어떤 빛이 희미하게 비춰오는 것 같다. 그것이 축복의 빛인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전조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서의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분기점이 지금 이 시점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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