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편안한 쿠션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지난주 목요일 퇴근 시간 무렵 나의 직속 상사인 부사장님이 나를 잠시 불렀다. 회의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최근에 사람을 뽑아주겠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그 일인가 하고 생각했다. 부사장님은 수습 연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 회사는 입사하게 되면 모두 4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치고(신입의 경우 6개월이라고 한다.) 4개월이 되는 달에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다. 물론, 아주 일부의 경우는 수습에서 끝나거나 연장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일부가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부사장님은 나와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서로 맞춰가는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네이버 팀장 출신의 수석급도 수습을 연장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 날의 짧은 미팅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대표이사와 수습 해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참 잘도 내뱉었다. 나도 사회인 다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업무를 보지 않았다. 마음이 내키지도 않았고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 사무실에 들어왔지만 마치 금요일의 연장선인 것 같았다. 그렇게 두세 시간을 의미 없이 죽이고 있었다. 당장 해고 통지를 들은 것도 아니고 대략 2달 정도 수습이 연장될 수도 있는 상황. (물론 2 달인지 3 달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연장이 된다면 보통 2달인 듯하다.) 이것이 정확한 상황이었다. 당장 내 신상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내 기분과 상처 난 자존심 정도였다.
회사를 위해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는 것이 나에게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하자고 생각하고 사무실의 내 자리로 돌아왔다. (출근해서 계속 휴게공간 같은 곳에 앉아있었다. 우리 회사는 그곳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이 딱히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자리로 돌아오고 나니 부사장님의 미팅 요청이 와있었다. 대략 한 시간쯤 전에 온 것이었는데 넋 놓고 있느라 모르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15분 후에 미팅 시간이었다. 직감적으로 수습에 관련된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간결하게 본론부터 이야기해주었다. 수습 해제하기로 결정되었고, PMO팀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그 팀에 책임급 사람을 한 명 영입한다고 했다. 이렇게 나의 우려는 시시하게 종결되었다.
겉으로 보자면 상황은 완벽히 정리되었다. 하지만 컵에 들어있던 물을 쏟은 뒤 아무리 정교하게 다시 컵에 담는다고 해도 그 이전과 완벽히 동일할 수 없다. 이제 정규직이 되었고 갑작스럽게 해고될 위험은 없어졌지만 스스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당분간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