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특히 남자들은, 사회에 지배적인 가치관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특별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배적인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지역이나 국가를 초월하여 전반적인 인류 사회에 걸쳐있는 부분이라면 더욱 벗어나기 힘들다. 젠더에 대한 문제가 그렇다. 남성 중심적인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완벽한 균형적 시각을 갖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을 가져야 그나마 균형에 가까운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우리는 완벽한 페미니즘의 관점을 견지하기 어렵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종차별에 일조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인종차별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이 약자의 입장에 있는 유색인종을 남몰래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보통의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가치관이나 신념과 행동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긴 하나 그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하나의 행동이나 결과를 놓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열 개의 결과를 가져다 놓고도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이러저러한 경향성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페미니스트이면서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있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면서 인종차별 주의자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어느 하나의 입장에 서있다고 자신하며 타인을 무시하거나 스스로 과신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어리석다.
#2
한정된 글자 수로 이야기해야 하는 SNS-특히 트위터-에서 어떤 문장/단어 하나로 십자 포화의 대상이 되기 쉽다. 물론 정해진 글자 수 안에서 의도를 명확하고 오해 없이 전달해야 하겠지만 전문적인 능력이 있지 않고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3
오늘 뉴스에서 이런 내용이 방송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대학 등록금까지 부모님께 지원받지만 부모님의 노후 자금은 본인이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듣기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 염치없는 인간들로 보인다. 부모님에게 그렇게 많이 받아놓고 정작 부모님이 늙고 힘이 없어지면 책임지려 하지 않다니 얼마나 괘씸한가. 하지만 잘 살펴보면 시대적 변화를 무시한 어리석은 내용이다.
우선 노후 자금 자체가 성격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한 집에 사는 경우가 많았다. 즉,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면 그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기 때문에 별도로 주거비가 더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결혼 후 분가를 하게 된다. 당연히 부모님이 살 집과 내가 살 집이 분리됨에 따른 비용이 훨씬 커지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고도성장기에 직장생활을 보낸 기성세대들은 당연히 부모세대보다 훨씬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또한 부동산이 크게 오르는 시기여서 집을 사두면 대부분 집값이 자연히 오르는 구조였다. 배우자와 자녀 이외의 식구를 부양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충분했다.
이런 소득과 비용구조에 대한 것은 얼마든지 더 찾을 수 있다. 출산비용 및 영유아 시기부터 조기교육 열풍으로 인한 교육비 지출, 실질 소득의 감소 현상, 부동산 침체 등등.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가치관의 변화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양육과 효도를 위해 본인의 인생을 포기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들도 제2의 인생을 찾는 등 본인의 인생을 즐기는 것도 양육과 효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효도에 대한 전통적 가치는 점점 퇴색되는 추세이다.
이런 변화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기적이고 얌체인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그리고 지금 시국이 이런 한가한 뉴스나 방송하고 있을 때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