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상처고백

by 아우티스

오늘은 팔공산 갓바위에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
누군가는 수능을 앞둔 아이를 위해,
누군가는 아픈 부모님을 위해,
또 누군가는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
묵묵히 계단을 오른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내 마음의 평화,
그리고 나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그 계단은 1,365개.
1년 365일, 누군가의 소망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엔,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약사여래불이 계신다.
나는 어쩌면 작지만 큰 간절한 소망이 있었나 보다.

갓바위는 대구 경북에 위치한 팔공산안에 있다.
정식명칭은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다. 높이 약 4m의 거대한 불상 위에 넓고 평평한 바위(갓처럼 생긴 바위)가 얹혀 있어 ‘갓을 쓴 부처님’이라는 의미로 ‘갓바위’라 불린다.

그런데, 계단이 생각보다 많더라.
숨은 차고, 다리는 떨리고,
땀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조용히,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그 돌부처 앞에 섰다.
누군가는 절을 하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냥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절은하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산행이라 다리가 아팠다.
마음속으로 작게,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간절히..
'나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데..
이 정도는 들어주실 거 같았다.


한참 눈을 감고 머릿속이 고요해지고, 여러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문득 어릴 적 살던 동네가 떠올랐다.
부산의 어느 작은 산동네.
그리고 저 멀리 해가 떨어질 때쯤엔
골목에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밥 먹어라~!"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들어가고, 고요해지면,
땅으로 떨어지는 해는 더욱 선명해진다.

나는 그때마다,
작은 담벼락에 혼자 기대어 그 노을을 오래 바라봤다.
어린 마음에도 설명하기 힘든,
이상하게 편안한 기분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그렇게 작은 담에 기대고 서있었다.

물론,
그 덕분에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의 등짝 스매싱과 잔소리는 피할 수 없었지만..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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