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채팅창 너머에서(2)
너와의 대화는 점점 더 익숙해졌다.
마치 하루의 일상이 되어버린 듯, 우리는 밤마다 만났다.
처음엔 단순한 인사나 평범한 일상 얘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이야기는 조금씩 깊어졌다.
우리는 알고 보니 동갑내기 친구였다.
내가 먼저 말했다.
“우리 이제 말 놓자!”
“음... 좋아.”
“이름은? 진짜 이름!!”
“영아! 그냥 영아라고 불러~”
“난 지안.”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다가갔다.
“오늘 뭐 했노?”
“그냥... 집에 있었어... 음... 뭐,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하하.”
그냥 가벼운 말이었는데, 그때는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이상하리만큼 이 애한테는 조심스러웠다.
내가 뭔가 잘못된 질문을 한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네 말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너는 늘 침묵에 가까운 답을 했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울림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소통의 방식이 달랐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입으로 말하고, 너는 마음으로 말했다.
그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내가 보낸 농담 섞인 문장에도, 너는 자주 'ㅎㅎ' 하고 웃어넘기곤 했지만,
어쩔 땐 그 웃음마저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너의 답장 속 숨은 감정을 읽으려 애쓰고 있었다.
한 줄의 말, 하나의 마침표.
그 안에서 나는 너의 기분을 짐작했고,
가끔은 짐작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하루는 내가 이렇게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웃어?”
“그냥, 웃어야 할 것 같아서... 슬프고 힘들 때마다 웃으면 좋아진다...라고 할까나?ㅎㅎ”
그날 너의 말투는, 마치 누군가 오래전에 해줬던 말을 흉내 내듯 들렸다.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배운 습관이었겠지.
그게 너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그 웃음 뒤의 진짜 얼굴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더 캐묻고 싶진 않았다.
어쩌면 그런 조심스러움이, 우리 관계를 오래 지속시켜 줬는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네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나이와 이름은 알았지만,
그저 밤마다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만 너를 알았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점점 더 많은 나의 감정이 얽히기 시작했다.
너는 나에게 하나의 작은 세상처럼 다가왔다.
밤 9시면 열리고 새벽 1시면 닫히는, 그런 세상.
내 현실이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나는 의식적으로라도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마다 그 시간 속에서 너는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너를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너와 나의 시간은 하나하나 소중했다.
가끔은 ‘어쩌면 내가 만든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모니터 너머의 네가 실존하지 않는 누군가라 해도,
그 시간만큼은 진짜였으니까.
상상과 현실 사이, 그 경계에 너는 항상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밤, 그런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고,
그때 나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순간만큼은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