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익숙함의 시작
너와의 대화는 점점 더 내 일상이 되어갔다.
하루의 끝, 컴퓨터를 켜고 채팅창을 여는 일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고,
너의 “하이!!”라는 짧은 인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곤 했다.
우리는 별 얘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늘 날씨가 어땠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지루한 TV 프로그램 이야기,
아니면 그냥 “하하”만 주고받을 때도 있었다.
그런 사소한 대화들이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줬다.
어느 날은 너의 말에 괜히 마음이 걸리기도 했다.
“오늘은 그냥… 좀 우울했어.”
“왜?”
“모르겠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날 있잖아.”
"있지. 근데 있잖아~ 나한테는 뭐든 얘기해도 돼~ㅎㅎ"
"음.. 뭐.. 굳이 꺼내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그렇게 얘기했다.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침묵을 먼저 받아낸 건 너였다.
조용히, "고마워." 한 마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걸,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워갔다.
나는 묻지 않았다.
너도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너는 늘 뭔가를 견디는 사람 같았다.
환하게 웃으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켠에 바람이 스며 있던 사람.
나는 그런 너를 보며, 괜히
‘나라도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곤 너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너는 왜 이유를 잘 안 물어봐??”
“음... 그냥… 네가 말을 흐렸다는 건
더 이상 말하기 어렵거나,
그저 하고 싶지 않다는 거 아니야? 하하.”
내가 말했지만, 좀… 멋있었다. 하하.
너는 이런 말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 말에 너는 또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상하지…
단순 채팅 상대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마음이 가다니.”
그 말이 너무 듣기 좋았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낀 건.
보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나는 네가 오지 않는 밤이면 조금 허전했고,
다른 일이 있어 늦게 들어오면
괜히 혼자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그 감정이 뭔지는 몰랐지만,
분명히 '기다림'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날이면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궁금했던 너의 목소리.
그게 너무 듣고 싶어서 조심스레 전화번호를 물었다.
너는 말했다.
핸드폰이 없다고.
그 흔한 삐삐도 없다고.
이유는 묻지 않았다.
왠지, 그러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그러고는 장난처럼 말했다.
"야~! 때가 어느 땐데, 1999년도 지나고, 벌써 2000년 밀레니엄시대인데~!ㅎㅎ
잠깐만, 모고~ 일부러 안 가르쳐주는 거 아이가."
"하하하, 아니야.. 진짜 없어… 나중에 살게."
‘그럼 내 번호 줄게. 전화해라~ 018-357-8489.’
‘좋아~’
그 이후, 낮에는 나에게 가끔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하지 않는 날엔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난, 전화가 없는 날은 혹시나 메일을 확인했다.
'내가 확인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보내는, 너의 메일.'
'네가 보냈을지 안 보냈을지 모르고 열어보는, 나의 메일.'
어쩌면, 그때쯤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이에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슬며시 생기기 시작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