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4 가을비의 탄생
그러던 어느 날.
그냥 문득 든 생각이었다.
"너 이름 부르는 것도 좋지만... 음... 가을.
가을이!! 앞으로 그렇게 부를게. 어떻노?"
"뜬금? 음... 나쁘지는 않은데, 막 와닿지... 도 않지만! 뭐, 그래. 좋아."
이유는 묻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애와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굳이 이유를 묻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야~ 이유 정도는 물어봐줘야지~ 왜? 뭐 때매? 라든지... 쳇! 하하하."
"왜애~? 뭐 때 매애~~?? 하하."
사실,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단순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계절, 가을.
그리고 언젠가, 너는 그 가을로 시를 만들어 달라해서 난 너에게 시를 만들었고, 너는 답시를 나에게 줬다.
그땐 그게 장난처럼 웃긴 일이었지만, 마음 어딘가에 오래 남았다.
"하하, 음... 그냥 가을이 좋잖아. 가을 되면 널 더 생각할 수도 있고~ 하하하."
"치~ 좋아~ 그럼 너는 겨울 해라~ 하하."
"야~ 남자가 겨울이 뭐고. 겨울이... 별론데.. 하하하."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그 애는 말했다.
"좋아, 너 비 해라. 비~"
"비? 비??"
"그래, 비!! 너 혹시 꿀벌이 영어로 뭔지 알아?"
몰랐다...
그냥 하늘에서 내리는 비, 아니면 가수 ‘비’ 정도만 떠오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꿀벌이 영어로 뭐냐고 물어보니 당황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
"Bee야~ 난 꿀벌 좋아하거든~
비~! 너랑 나랑 합치면 가을 + 비!
가을비가 되는 거지~ 어때? 어때??"
태어나서 꿀벌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처음 봤다.
특이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오~ 좋아~ 비~~! 가을비... 너 천재 아니냐? 하하."
"탄생! 가을비!"
"탄생! 가을비!!"
그때, 그렇게 탄생한 이름.
가을비.
20년도 넘게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은 생생하다.
그때 그 애는 진심으로 웃었고, 나도 진심으로 좋았다.
가을엔 비가 잘 오지 않더라.
하늘은 맑고, 높기만 해서…
예전엔 그런 가을이 좋아서 좋아했는데,
이제는 가을만 되면 자꾸 비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