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너에게 닿기를

Part 22 – 축복? 형벌?

by 아우티스


시간은 흘렀다.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로 돌아왔다.

나는 예전처럼 웃었고,
사람들과 어울렸고,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네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너와의 그 시절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내 안의 작은 방이었다.

그 방엔 바람도 들지 않고,
시간도 멈춘 채,
너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이메일은 사라졌지만
네가 내게 남긴 그 한 통의 편지는
아직도 내 서랍 가장 깊은 곳에 있다.

“사랑해.”

그 짧은 문장을
나는 수백 번, 수천 번 읽었다.
종이가 닳을 만큼.



가끔은 상상한다.
네가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전화가 마지막이 아니라
반가움의 전화였다면,

네가 완쾌해 서울로 돌아오고,
나는 휴가를 나와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감동의 1분간의 포옹을 하고—

네가 웃으며
“잘 있었어?”라고 묻고,

나는 장난스레
“보고 싶었어??ㅎㅎ”
하고 말하는 모습.


마치 끝나지 않는 소설처럼..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저릿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안에 살아 있는 거구나.

너는 나의 첫사랑도,
누구보다 순수했던 연인도,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떠난 사람도 아닌,

지금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내 안에 남겨준 존재였다.

그리고 너에게
나는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건 축복일까,
형벌일까.

가끔은 모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말이야

다시 만난다면,

아니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고마워"

이 말, 꼭 말해주고 싶어.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 말도 꼭 말해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