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1 – 사라진 기대
휴가를 나왔다.
세상은 그대로였고, 고요했다.
나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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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됐다.
메일…
있을 거야.
분명, 너는 보냈을 거야.
나에게…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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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 낡은 본체에서 들려오는 부르릉거리는 소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슬렸고 느렸다.
인터넷을 연결하고
우리가 사용했던 메일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을 때—
‘존재하지 않는 주소입니다.’
눈앞이 잠깐, 하얘졌다.
“… 뭐고 이거?”
한 번 더.
“아… 이라지 마라~”
또 한 번.
“아이 씨… 제발 이러지 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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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했다.
괜한 컴퓨터에게 분풀이하듯
짜증 내고 화를 냈다.
세상에 있는 욕을
그 컴퓨터한테 다 했던 것 같다.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도
그 이메일은, 그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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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해졌다.
마치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었다.
어떤 노력도 소용없었다.
아니, 노력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사라졌다.
그제야
내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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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냈을 수도 있는
그 마지막 메일.
확인할 수 없다는 그 사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너무 화가 났다.
누구를 향한 건지도 모를 분노였다.
세상인가?
운명인가?
그 이메일 사이트인가?
아니면 내 앞에 있는 이 컴퓨터?
그게 아니면…
그 마지막 전화에
제대로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던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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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한동안
그 이메일…
아무것도 뜨지 않는 화면만 띄워놓고
그냥 바라봤다.
혹시, 이 주소가 아닌가?
아님,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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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때,
난 네가 내게 뭐라도 남겨주길
바랐던 거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확인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보낸
메일 속의 너를.’
‘네가 보냈을지, 안 보냈을지도 모르고 확인하는
메일 속의 나를.’
무슨 말이든 듣고 싶었다.
간절히…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널 지우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