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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Jun 24. 2018

스타트업 디자이너 면접은 어떻게 준비할까

면접에서는 뭘 물어볼까,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앞선 글에서 대략적인 이직 준비 과정을 써봤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 4곳에 지원해 3곳에 경력직으로 최종합격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기록하고 공유해보려고 한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한다고 취업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 대면 알 정도로 네임드 디자이너 아니라면 서류와 면접을 정말 정말 잘 준비해야한다. 첫 취업이라면 서류와 실기, 과제 등이 더 중요할 수 있지만 이직의 꽃은 면접이다. 포폴을 말아먹었어도, 남보다 포폴이 못하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논리적으로 자신감있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면접 다니면서 받았던 질문들을 토대로 회고해보았다.


1. 저는 이런 디자이너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막상 면접에 가면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내 포트폴리오다. 내 포폴이니 나는 신물나게 봤고, 길게 자세히 설명할 일이 거의 없으니 이걸 뭐라 설명해야할지 처음엔 혼돈의 카오스일 수 밖에. 특히 스타트업에서 해왔던 일이라면 피봇팅해서 없어진 서비스일 수도 있고 브랜딩 참 열심히 했는데 반영 안됐을 수도 있고, 알파버전까지만 하고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등(ㅠㅠ) 내 디자인이 온전히 라이브된 상태가 아닐 때가 많다. 그래서 더더욱 내 작업을 논리정연하게 기승전결 맞춰서 말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의 첫 순서는 보통 자기 소개 혹은 자기 포트폴리오 소개다. 당신의 인터뷰이는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내가 낸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있긴 하지만 그걸 읽는다고 나의 분위기와 성격, 실력에 대해 알 수는 없으니까. 보통 자주 나오는 질문은,

제일 소개하고 싶은 작업 2~3개 골라서 설명해보세요

팀 작업 중에 제일 잘 된 작업 / 아쉬운 작업과 그 이유

개인 작업 중에 제일 잘 된 작업 / 아쉬운 작업 / 내 스타일을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업과 그 이유

UI 디자인 (혹은 브랜드 디자인)을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는지 (나의 작업 방식에 대한 질문)

어떤 작업을 할 때 제일 즐거운지(UI/UX/편집/브랜딩/새로운 거... 등 워낙 스타트업 디자이너들은 잡다하게 많은 것을 커버해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받는 질문인듯하다. 어떤 걸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지)


하도 면접을 보니까 내 포트폴리오 몇쪽 어디에 무슨 작업이 있는지 외울 지경이었고, 찌르면 주르륵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 제일 잘한 작업 뭐에요? 하면 4페이지의 000작업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한 작업인데, ~~한 프로세스로 진행했고 ~~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런 식으로ㅋㅋㅋ 사실 이건 연습을 해야한다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정리하면서 이미 그 시나리오가 완성이 되어있어야한다. 포트폴리오는 나를 보여주는 과정이지 회사를 위한 과정이어서는 안된다. 여기서부터 버벅대면 얘는 뭔데 본인 작업도 설명을 못하지? 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네 자신을 알라는 말이 있듯 나에 대해 알아야 상대방과 제대로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나조차 나에 대해 모른다면 누가 알까...ㅋㅋㅋ 나의 경우 디자이너로써 장점은 리서치와 초기 아이데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많은 노력을 쏟는다는 점, 앞뒤 재지 않고 시작하고 실행한다는 점(그래서 마무리에 좀 약하다^^), 호기심이 많아 여러 분야를 얕고 넓게 알고 있다는 점, 논리와 언어화/문서화에 집착한다는 점이 있다. 나에 대한 장점은 다른 팀원이나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되고, 그냥 일을 많이 하고 여러 사람 만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단점에 대해 말할 땐 너무 단점스럽지 않게 돌려서 말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굳이 감출 필요도 없다. 케바케겠지만 면접이라는 게 서로 맞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니까 나는 오히려 더 솔직하게 말했다.

자주 받았던 질문은,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오는지(나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는지)

디자이너로써의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고 있는지

협업할 때 주로 어떤 포지션인지 / 어떤 성격인지

디자이너로써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좋은 디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서비스 디자인 혹은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나만의 철학)

5년 후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방법론 없이 디자인을 해선 조금 위험할 수 있다. 나혼자 디자인하니까, 내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니 디자인 막 하다가는 이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만의 디자인 철학, 체계화된 프로세스가 있다면 자신있게 어필하자.


2. 저는 지금 당신과 함께 달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스타트업 면접의 좋은 점은 쓸데없는 포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지금 당장 함께 달릴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 배워야하고, 스스로 성장해야한다. 이것 또한 맞지 않는다면 스타트업 지원을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나같은 경우는 IT쪽에서 여러 행사를 운영하고 참가해왔고, 디자인 외적인 워크샵(데이터 시각화, 프론트엔드 코딩 등)도 수료했다. 나는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큰 사람이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걸 너무 건조하지 않게 어필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주 받았던 질문은,

스타트업이 본인 성향과 잘 맞는지

본인의 성격/성향

팀에서 주로 어떤 역할을 맡아왔는지

팀 작업할 때 어떤 식으로 소통하는지

팀원으로써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팀원과 갈등이 있을 때 어떤 식으로 해결해왔는지

취미생활, 인생목표, 어떨 때 행복한지 (규모 큰 스타트업의 경우 복지를 위해 물어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사람 사이의 일이라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것도 좋다. 인터뷰이와 취미생활/관심분야가 비슷하다면 친근함을 표시해볼 수도 있고, 나는 취미에서도 나의 장점을 발휘한다는 걸 보여줄 기회가 되기도 한다.


3. 저는 이런 이유로 그만 뒀습니다.

나는 경력직 이직이었기 때문에 이전 회사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특히 내가 디자인했던 서비스는 피봇팅되서 한 번 엎어졌고(그래서 나의 6개월이 없어짐ㅋㅋㅋ) 그만두기 직전에 만든 서비스도 퍼블릭 도메인 서비스가 아니어서 사용자가 매우 적었다. 이런 점들이 꽤 힘들었고, 좀 더 대중적이고 사용자 많은 서비스를 만드는 팀에 가고 싶어서 나온 거였고 매우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대해 더 물어본 분들은 없었다. 다만 이전 회사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긍정적으로 말하는 건 피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매우 좁은 곳이므로 100%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되어있고, 나를 굳이 부정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반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좋은 회사를 그럼 왜 나왔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내가 뭘 잘못해서 나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이전 회사를 왜 그만뒀는지

이전 회사에서의 마지막 프로젝트/디자인에 대한 설명 +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 + 결과와 반응이 어땠는지 (이걸 정말 잘 설명해야한다.)

이전 회사에서 갈등은 없었는지


4. 평소 이 분야, 이 회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건 너무 당연한 거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면접보기 전에 회사에 대해 당연히 공부를 해야한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연애와 같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 상대에게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어필하려면 그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면 좋은 것처럼.


면접보기 전에 준비한 것들

회사 홈페이지, SNS, 보도자료 찾아보기 : 나같은 경우 이게 잘 안되어있다면 면접 때 이건 왜 안하는지 물어본 적도 많았다. 스타트업에서 PR은 넘나 중요한 것이기에..

회사 디자인팀 혹은 기술 블로그가 있다면 읽어보고 어떤 디자인/기술을 최근에 진행했는지 확인하기 : 이걸 확인해야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잘하는 분야라면 잘한다고 어필을 할 수 있다.

그 회사의 메인 서비스 사용해보고 특징 / 장점 / 개선점 찾아보기

그 서비스의 경쟁사/유사서비스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기 : 여기까지는 좀 과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준비하면 좋다. 그래야 내가 제대로 진자하게 준비한 것임을 어필하기 쉽다. 그리고 나는 이게 평소 디자인할 때도 정말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받았던 질문은,

이 서비스를 써본 적이 있는지

이 회사/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점을 개선했으면 좋겠는지

단기적, 장기적으로 이 회사에 와서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은지


5. 궁금한 점 질문해보세요

인터뷰이에게 질문하는 것은 지원한 회사와 디자인팀 분위기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이다. 거의 마지막 파트가 혹시 저희에게 궁금한 게 있으세요?인데, 약 40~50분 정도 지났을 시점이고 이쯤되면 약간 친해진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이(디자인팀 실무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도 쉽다. 이 과정에서 여기 디자인팀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느꼈던 적도 있었고, 듣다보니 그 팀이 더 좋아졌던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말자.


내가 자주 물어봤던 질문

디자인팀의 규모와 구성 : 몇 명이서 협업하는지. 나는 주로 혼자해왔기 때문에 최대한 인원 많은 곳, 기왕이면 BX팀이 따로 있어서 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스타트업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이 서비스에 직결되는 UIUX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BX팀이 따로 마련된 곳을 찾기 어렵다.

디자인팀은 어떻게 협업하는지 : 협업방식, 사용하는 협업툴, 의사결정 방식 등 - 내가 써본 툴이라면 더 자신있게 어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트렐로, 슬랙, 제플린, 스케치, 인비전, 프레이머, 컨플루언스, 지라, 비트버켓 등을 써봤고 이게 이미 써본 툴이라면 나는 당신 팀과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할 수 있으니까. 지난 글 디자이너의 업무관리와 문서작성 에서 처럼 나는 문서충이기 때문에 질문을 하다가 내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ㅋㅋㅋ

향후 계획 / 확장성 :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IT 계통이고 기술 중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스타트업에서 소외 받기 십상.. 그렇지 않은 분위기인지, 대표님이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좀 알고 있는지, 디자인팀 자체의 성장 가능성과 확장 계획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물어보면 좋다. 이거 물어본 후 입사 의사가 사그라든 회사도 있었다.

이 회사의 장점과 단점 : 내가 모르는 이 회사의 복지제도나 팀 문화 등을 알 수 있다.


다음 글에선 포트폴리오 정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면접 결과 기다리면서 초조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렸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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