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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Jul 30. 2018

디자인 포트폴리오 정리하기

시작이 반인데 왜 시작이 안될까요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보면 한없이 늘어지는 게 포트폴리오 정리다. 이직 준비 하면서 포트폴리오 정리를 수차례 했었는데, 그 때 겪었던 시행착오를 공유해보려한다. 보통 대기업은 양식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이번 글은 자유 양식의 범용적인 포트폴리오 제작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1. 마감기한을 정하고 일단 시작

디자이너들의 특성상 기본 레이아웃 짜놓고 대여섯장 얹어보고 이거보다 나은 레이아웃이 있을 것 같아서 레퍼런스 좀 보다가 괜히 내 작업 별로인 거 같아서 작업물 자체를 좀 고치다가 다시 레이아웃 고치다가 쳐지게된다.(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이러지 않기 위해선 마감기한을 정해놓는 게 좋다. 지원할 회사 몇 개 골라놓고 제일 빠른 마감 날짜 기준으로 한 번 포폴 끝내고. 그 다음 기한까지 디벨롭해서 한 번 끝내고 하면서 차근차근 퀄리티를 올리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한 번에 WOW한 걸 만들고 싶어하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 정리해놓은 포트폴리오와 레쥬메가 있다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당연히 더 높아진다. 채용 뿐 아니라 외주나 사이드 프로젝트할 때도 유용하다. 그러니 한 번에 완벽한 포폴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일단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2. 컨셉 정하기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나는 소규모 회사들 위주로 일을 했었기 때문에 딱 한 분야의 디자인만 집중적으로 하진 못했다. 좋게 말하면 제너럴리스트이고, 나쁘게 말하면 중구난방이다. 때문에 브랜딩과 UI - 두 가지로 양분되어 있었고 둘 중에 뭘 더 잘하는지, 뭘 더 재밌어 하는지를 고민하며 정했다.


나는 브랜딩을 기반으로하는 UI 디자이너이고, UX보다는 전통적인 GUI에 좀 더 관심이 많았다. UI에도 브랜딩이 반영되었으면 좋겠고, 그 컨셉 잡는 과정을 좋아한다. 그런 식으로 작업했던, 나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업만 선별해서 넣었다. 이게 말은 쉬운데 막상하면 고르는 것도 일이고 다시 정리하는 것도 고되다..


포트폴리오에 제목을 짓고(일종의 브랜딩)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포폴 목차와 함께 작성한 사례들도 많다. 예를 들면 강수영님의 포트폴리오. 한 장 한 장 완성도가 높아서 퀄리티의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Logic to Magic이라는 간지나는 제목에 한 장 한 장 매력 넘치는 장표들...

출처 : 강수영님 비핸스


나는 아직 그 정도로 아이덴티티가 확고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시도해보지는 못했지만 잘 짓는다면 효과적일 것 같다.


3. 구조 잡기

당연히 퀄 높은 이미지를 적재적소에 때려박으면 간지나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보는 이가 나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구조가 짜여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공통된 구성을 만들고 타이틀 페이지, 설명 페이지, 디자인 아웃풋 페이지 레이아웃을 만든 다음 반복 작업을 했다.


타이틀 페이지

프로젝트 제목

부가 정보 : 과제인지 실제 출시된 것인지, 개인 작업인지 팀 작업인지, 참여율과 수상실적 등

Project Brief : 프로젝트 요약 설명

설명 페이지

Background (Situation) ; 브랜딩이라면 어떤 브랜드인지, 경쟁사나 타겟 등에 대한 리서치 내용

서비스라면 문제상황 분석

Design Concept

Output = 기깔나는 그래픽들^_^!!


순서와 분량

처음 내가 간과했던 것이 프로젝트 순서였다. 나는 내가 마음에 드는 작업 순서대로 배열했었는데 첫 면접에서 어떤 기준으로 배열된 건지 물어보시더라. 예...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내 생각엔 제일 보여주고 싶은 작업, 잘 됐다고 생각하는 작업, 참여도가 가장 높은 작업부터 배열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작업 개수가 너무 많아도 보는 사람이 힘들다. 제일 잘된 작업만 추려서 정성껏 설명하고 다듬는 게 낫다. 어줍잖게 나는 일러스트도 할 줄 알고, 타이포그래피도 할 줄 알고, 영상도 조금 할 줄 안다고 전부 다 넣으면 "그래서 너는 뭘 잘하는 애야?"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위에서 정한 컨셉에 부합하는 작업을 선별해서 넣어야한다.


4. 글쓰기

그리고나서는 글을 열심히 쓴다. 나의 경우 브랜딩 작업에서는 디자인 컨셉에 대한 글을 자세하게 쓰고 작은 그래픽들을 첨부했고, 서비스 디자인에서는 문제상황 분석 글과 도표 등으로 구성했다.


사실 디자인 포트폴리오 평가하는 분들이 꼼꼼하게 글을 읽어보진 않는다. 당연히 이미지가 더 강렬하고 한 번에 파악 가능하니까. 하지만 한 번 제대로 내 프로젝트를 글로 정리해두면 면접 볼 때, 소개할 때 굉장히 유용하고 좀 더 논리적인 디자이너로써 어필할 수 있어진다. 물론 나도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구성요소와 순서, 흐름에 좀 더 신경썼다. 서브타이틀만 제대로 박혀있어도 훨씬 나아진다.


5. 기깔나는 이미지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구성, 글 잘 써놓고 정작 디자인 아웃풋이 별로면 끝이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팁들은 아웃풋이 뒷받침되어야 빛이 난다.


존경하는 김성은 디자이너님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카카오 관련 작업) 브랜드 무드가 반영된 실제 사진들로 구성되어있어 딱 봐도 너무 훌륭하다. 아무리 단순한 작업이어도 실물로 제작되어 잘 촬영하면 임팩트가 엄청 쎄다.


명함 한 장이지만 질감과 별색이 잘 보이는 사진.


학생이거나 소규모 회사에 있어 퀄 높은 아웃풋을 못 냈다면 보통 목업을 활용한다. 때로는 사진보다 나을 때도 있다.


브랜딩이던 UI던 다들 목업을 열심히 찾는데, 디자인 자체가 잘 보일 수 있는 목업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곡이 너무 심하거나, 배경이 예뻐서 뭘 얹던 예뻐보이는 목업은 피했다. 성의없게 목업에 그냥 로고만 띡 얹지말고 프로젝트 컨셉에 맞게 적당히 변형하기도 했다.


6. 전체적인 균형감 확인하기

그래픽까지 다 얹고나면 처음에 정했던 구성과 컨셉에 부합하는지 한 번 확인해본다. 포폴 작업하면서 보통은 과거에 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꺼내서 얼마나 내가 못했는지 자괴감에 빠지다가 다시 작업하고, 다시 글 쓰고, 다시 목업 찾아서 얹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ㅠㅠ...) 디테일에 빠져 전체 컨셉과 멀어질 때가 많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오탈자도 한 번 체크해보고, 페이지 번호나 목차도 한 번 확인하고. 의외로 이런 디테일에서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른 디자이너 분들께 피드백을 받아보면 완벽하다. 나는 운좋게도 5~7년차 현업에 계신 선배 디자이너 분들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고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전반적인 통일감이라던가, 아웃풋 퀄리티가 안 좋은데 개수 채우려고 적당히 끼워넣은 작업이 있다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들을 빨리 잡아낼 수 있다.


7. 온라인 포트폴리오

모두들 많이 알고 있겠지만  포트폴리오 역할을 할 수 있는 웹 서비스들도 소개해본다. 누가 갑자기 요구했을 때 URL만 보내면 되기 때문에 웹 상에도 구축해놓는 것이 좋다.

Behance : 가장 큰 디자인 플랫폼..! 노출되기도 쉽고, 업로드 방식이 간편해서 제일 많이 쓰는 것 같다.

비핸스 써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봉재진님 포트폴리오. 요소마다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Dribbble : 가볍게 스케치나 작업과정, 간단한 그래픽 올리기 좋다.

Instagram : 요새는 서브 계정 파서 작업물 올리는 디자이너/스튜디오가 많은 듯하다. 딱히 유지하기 어렵지 않고, 업로드도 편하니까.

cargocollective :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나 아티스트들이 많이 활용하는데, 유료로 괜찮은 템플릿들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결국엔 나만의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게 최고. 텀블러 테마를 커스터마이징하거나 워드프레스로 제작해보려는 시도를 하긴 했지만 그 틀 만드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서(욕심에 끝이 없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나는 비핸스만 유지하고 있다.


뭔가 장황하게 길게 쓴 것 같지만 결국엔 포트폴리오의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이런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내 포트폴리오도 아직 너무 미흡해서 공유하긴 어렵지만 (포폴 정리는 매일해도 모자름...) 위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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