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3)
해야지 해야지하고 미루던 개인 프로젝트를 끝내는 10시간 해커톤, DODO입니다. 두두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두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미디어 컨텐츠 개발자 김성은님으로, 현재 SCENES로 활동 중입니다.
두두 : 안녕하세요 성은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성은입니다. 저는 기술을 이용해 아름다운 '장면'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로 전시나 공연 컨텐츠에 이용되는 아트워크를 만들고 있어요. 수입을 위해서는 전시,공연 위한 인터렉션 기술, 인터렉티브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작업들을 합니다. AR, VR 작업들도 하고 있어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원래는 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개발을 하려던 건 아니었죠. 제 전공은 멀티미디어 공학입니다. 이게 개발에 가깝다보니까 음악과 함께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어요. 일을 하다보니 기술 역량 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서 요즘엔 기술 공부와 더불어 인문학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 최종 지향점은 아티스트에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단 기술에 가깝고, 대중적인 작업을 하고 있어요. 기술개발에 더 가깝습니다. 예를 들면 전시나 공연에 들어가는 인터렉티브 조명 제어 솔루션, 사운드 반응 솔루션 같은 것들이죠. 사실 모두 제가 만든 음악공연에 활용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음악을 직접 만드세요?
직접 만든 음악도 있긴 한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서 공개할 수는 없구요 하하. 저는 포크 음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기술을 엮으려면 다양한 악기와 소리들이 더해진 전자음악이 더 어울리는 것 같더라구요.
포크 음악이라니 신기하네요!
사실 제 음악의 출발은 교회에요. 기타, 피아노, 드럼 같은 악기들을 교회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포크 장르에 가까운 데미안 라이스, 김광석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런 음악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주로 만드는 컨텐츠와 섞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했던 작업들은 사운드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잔잔한 포크음악보단 전자음악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한 동안 EDM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일단 만들고 시도하면서 방향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요.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하고 있는 일은 전시 또는 공연에 기술을 엮는 일, 하고 싶은 건 전반적인 기획자, 창작자가 되는 것이죠. AR/VR 쪽 일을 할 땐 아예 상업적인 개발이 많아요. 개발만 필요하다면 저 혼자 하고, 디자인이나 작품적인 역량이 필요하다면 제 크루들이 있어서 맡기기도 해요. 제 전공이 디자인과 거리가 멀지만, 디자인엔 관심이 정말 많습니다. 제 작업은 영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에요. 수식과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디자인들요. 코딩으로 만드는 그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작품의 최종 지향점은 감상하는 사람에게 숭고미가 느껴지는 장면을 만드는 것이에요. 광활한 하늘 아래서 별이 쏟아질 때 가질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느낌이 있잖아요? 제가 만들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엔 시규어 로스 같은 음악이나 엠비언트 장르에 관심이 가요.
이 작업은 실시간으로 연주되는 음악에 반응하는 거에요. 공연 때 천장에 매핑했던 “Fragments”라는 작품입니다. 손한묵이라는 친구의 “해지고 또 헤진다” 음악 라이브 공연의 인터렉티브 배경영상으로 사용했습니다.
AR/VR작업은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이퀄라이져'라는 뉴미디어 그룹과 수족관에 사용될 MR 컨텐츠를 만들었던 작업을 보여드릴게요. MR 글래스로 하는 작업인데, 움직임이 시뮬레이션되는 물고기가 사람들에게 반응해서 유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에요. 예전엔 AR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는데,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며 나름 괜찮은 시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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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제 무대 조명을 제어할수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제어 시스템으로 사용했어요. 기존 조명제어 소프트웨어의 경우 가격도 비싸고, 개발자로써 다양한 인터렉티브 기능을 더하기 쉽지 않은 데 이렇게 제가 만들어서 가지고 있으면 다양한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거든요. 이건 나중에 더 발전시켜서 제대로 판매도 해볼 생각입니다.
여태까지 했던 작업 중에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아직 없어요. 사실 마음에 다 안 들었어요. 프로젝트에 주어지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정말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없었던것 같아요.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는 많이 한 것 같아서 고민에서 출발해 메시지를 담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올해 목표에요.
영감은 어디서 받으세요?
저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바로 적용해서 러프 하게 만들어 놔요. 연습용 데모 파일들이 있는 거죠. 제가 보고 공부한 것들을 기록하고 그게 다시 영감이 되요. 사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세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없는 분들이 있다면 제가 연습용으로 만들어 놨던 샘플들을 보여주면서 느낌을 잡아갑니다.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저는 블로그를 열심히 써요. 공부한 기록들을 남기는 거죠. 이게 책을 읽어도 다시 기억하기 정말 어렵거든요. 내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한 번 더 쓰는 거에요. 저는 보통 프로젝트가 잡히면 제가 공부했던 관련 기술을 다시 봐요. 처음엔 공부하고 휘발되는 게 너무 분해서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어요. 성적은 안 나왔지만 이렇게 공부를 했었다, 하는 저만의 기록이죠. 제가 봤던 공연에 대한 리뷰이기도 하구요. 일종의 제 데이터 베이스 같은 곳이에요.
개발 말고 다른 공부도 하시나요?
작품이 되려면 기저에 생각과 의도, 맥락들이 차곡차곡 쌓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정말 정석적인 공부 방법이네요.
제가 했던 공부들은 이런 식으로 정리해요. 이런 기술은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바로바로 활용하기 위해 실험도 정말 많이 해요. 이런 시뮬레이션은 가상 공간 안에서 힘들의 방향이 계속 바뀌는 거에요. 전시 컨텐츠 중에 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했죠. 3년 동안 1500개 정도의 글을 썼어요. 다양한 실험들에 대해 기록합니다. 보통 처음부터 코드를 쓰진 않고, 구글링하거나 책에서 본 것들을 체화하는 과정이에요. 이 효과를 이 상황에 연출해보고 괜찮으면 Keep. 일단은 공부해서 쌓아 둬요. A와 B를 엮으면 재밌겠다, 하는 연상도 자연스럽게 되요. 하지만 결국 팔리냐 안 팔리냐는 디자인 역량이더라구요. 하드웨어나 코드 구조를 잘 짜는 게 이 분야에서는 너무 당연한 거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 팔리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은 음악인가요?
네 맞아요. 음악 하고 싶어요. 주로 에이블톤으로 만드는데, 공부 방식은 개발공부했던 방식과 똑같이 진행합니다. 분석하고, 기록하고, 엮고, 응용하고... 음악은 제임스 블레이크, 시규어 로스 같은 스타일로 만들고 있어요.
올해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15분 짜리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내가 만든 음악으로, 내가 만든 하드웨어로, 내가 만든 영상으로.
그렇다면 5년 후에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그 때쯤엔 앨범을 내고 싶어요. 저는 정말 음악이 하고 싶은데, 그 때까지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봐야죠.
비중으로 보면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은 어떤가요?
AR,VR이 60, 작품은 35 정도, 음악은 15? 근데 남이 기획한 걸 만들어 주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아요. 저는 기획자, 개발자, 작곡가, 디자이너 다 하고 싶어요. 그래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구요. 정말 딱 하나만 해야 한다면 음악이겠죠. 월세와 핸드폰 비 내야 되니까 개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하.
힘들지만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좇는 이유는 뭘까요?
남의 작업만 오래 하면 드는 느낌인데, 인생을 헛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돈 벌기 위해 내 창작 활동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요? 할 땐 힘들지만 내 결과물을 봤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별을 많이 봤을 때의 느낌.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은 거대한 자연 아래에 있을 때를 향하고 있어요. 제가 사실 중학교 때 꿈은 천문학자였어요. 아버지가 사주신 천체 망원경으로 옥상에서 계속 별을 봤거든요. 대학교 때 우연찮게 평가를 좋게 받아서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제 결과물을 보았을 때 그 느낌이 들었어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느낌. 이게 내 분야 구나, 생각했죠. 사람마다 그런 지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정말 내 분야, 내 업이다 라고 느끼는 순간. 그 느낌이 여러 번 반복되다보면 이게 재밌게 사는 거구나 싶어요.
두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저는 '역사'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두두 참가자 분들, 모두 자신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거 잖아요. 그리고 그 역사가 쓰여지는 것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삽질을 이만큼 하다가, 오늘 하루 10시간 집중하면 그걸 뛰어넘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두두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시는 분들 옆에 있으면 집중력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에요. 역사가 이뤄지는데 하루면 되는데, 그게 혼자하면 힘드니까. 다음날 아침 6시가 되었을 때, 뭔가 하나 이뤄내면 기분이 좋아요. 이렇게 말하고 나면 이렇게 말한 제 자신에게 창피하지 않으려고 다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열정적인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여기는 그런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죠. 두두가 그런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되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DODO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8시에 진행되며 하고 싶은 일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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