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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Jul 03. 2021

원래 모든 디자이너는 제너럴리스트였다

파편화 되어가는 디자인 직무 사이에서의 생각

이 글은 AIGA Eye on Design(미국 그래픽 아트 협회)에 게재된 아티클 When did design stop being "Multidiscipinary"?를 번역하고 좀 더 구어체로 다듬은 글입니다. 저자는 디자이너이자 교수이자 작가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Jarrett Fuller입니다. Multidisciplinary는 다학제적, 종합적이라는 뜻인데 '다학제적 디자이너' 혹은 '멀티디스플리너리 디자이너'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어색해서 그냥 '종합적인 디자이너'라고 썼습니다. 두루두루 폭넓은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디자이너, 다재다능한, 제너럴리스트적인 디자이너를 의미합니다.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선망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우물만  전문가 말입니다. 이것저것관심 가지게 될수록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만 같은 죄책감을 느꼈는데요,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말고도 많을  같아 번역해봤습니다.







'Multidisciplinary(종합적인)'이라는 용어는 표현은 새로울 수 있지만, 컨셉은 디자인 분야 그 자체만큼 오래됐습니다. 근데 왜 종합적인 디자인이 기준이 되지 못했을까요?


매년 거의 같은 시점,  학기 중간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에  학생들은 표현만 다른 비슷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동안 학교 다니면서 해왔던 이상한 실험들을 일관된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법을 모르다보니 잠재적인 고용주에게 어떻게 자신을 홍보할지 알고 싶어하죠. 일자리 찾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걱정하기 시작한 고학년들은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할지 물어봅니다. 제품 디자이너일까요 아니면 UX 디자이너일까요? 인쇄 베이스인가요 아니면  베이스 인가요? 제너럴리스트 혹은 스페셜리스트여야할까요? 그리고 어린 학생들은 대체 어디에 집중해야할지 궁금해합니다. 많은 디자인 전공 대학교에서 2학년  브랜딩, 인터랙티브 혹은 광고 같은 분야를 선택하고 각각에 지정된 수업을 고르도록 는데요, 학생들은 너무 일찍  분야를 골라 집중하게 될까봐, 혹은 잘못된 분야를 고를까봐 무서워 합니다.



이런 질문이 시사하는 바는 디자인 분야가 확장됨에 따라 파편화되었다는 겁니다. 디자인의 정의와 경계가 모호해졌죠. 디자이너가 여러 규모와 매체, 다양한 맥락과 문화에서 작업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열렸으니까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요즘 디자이너들의 작업 환경은 점점 고립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다양한 것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단순히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게 모호하기 때문에 타이틀 앞에 더욱 구체적인 설명을 붙이게 됩니다. 디지털 비주얼 디자이너, UX/UI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이너, 디자인 연구원, 데이터 디자이너, 프로덕션 디자이너, 디자인 엔지니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회사로 이동할 때 혼란스러워하는 게 당연합니다. 디자인 교육을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한 분야에 집중하라고 해놓고, 4년이 지나 취업 준비할 땐 지원할 특정 직업과 일치하는 특정 전문 분야(혹은 산업군)를 정하라는 과제에 직면하니까요.


그러던 중 저는  다른 타이틀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인 채용 공고에는 없지만 디자이너의 이력서나 웹사이트에서   는 타이틀이죠. 바로 Multidisciplinary(종합적인) 디자이너 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다른 디자이너 타이틀이 여러 특정 스킬셋 또는 전문 분야를 표현하는 것과 달리, 종합적이라는  업계에서 대두되는 전문화 거부하는 것입니다. 종합적인 디자이너는 인쇄  디지털 작업 모두 합니다!  디자이너는 앱도 디자인하고 브랜드도 디자인합니다! 종합적인 디자이너는 진지한 사람이고, 교육을 받았으며 지나치게 구체적인 직무에 배치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초학제적(Transdisciplinary) 디자이너나 학제 (Interdisciplinary) 디자이너 같은 용어도 보이더라고요.  모든 것이 종합적인 디자이너를 새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싶게 만듭니다. 이는 분할되고 구획화되는 흐름이 디자인 업계에 스며드는 것에 대한 반발처럼 보이기도 하고, 구분된 사일로들을 초월해 모든 것이 함께 흐려지는 것을 수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디자이너가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특정 유형의 디자이너를 묘사하는  타이틀은 한때 표준이었던 관행에 대한 새로운 용어일 뿐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디자인은 항상 종합적이었거든요.



마시모 비녤리(Massimo Vignelli)를 떠올려보세요. 그는 5개의 서체만 사용하는 헬베티카 하이 모더니즘으로 유명하죠. 원래 아내와 함께 건축을 공부한 비녤리는 그래픽 디자인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의류 및 제품도 디자인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예시일텐데,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는 건물과 가구를 디자인했고, 영화도 만들었고, 패턴도 그렸습니다. 1947년부터 1972년까지 허먼 밀러의 디자인 디렉터였던 조지 넬슨은 가구 디자인을 하면서 회사의 광고 제작도 리드했으며 건축가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도 일했고, 다양한 건축 저널의 작가이자 편집자였습니다. Muriel Cooper는 책을 만들고, 디지털 디자인을 실험하고, MIT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Isamu Noguchi는 조각품을 만들었지만 램프나 무대도 디자인했습니다. Corita Kent는 인쇄사이자 수녀였죠. 회화와 건축, 디자인과 조각을 넘나들며 작업했던 바우 하우스 마스터스도 잊지 마세요. 이들은 전 세계 미술 학교의 기초 수업을 제안한 사람들이죠.


 멀리 돌아가보면, 매체를 넘나드는 유연함은 우리가 생각해왔던 디자인  이상이라는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쇄소를 운영하면서, 미국 최초의 신문을 디자인했고 이중 초점을 개발했으며 초기 미국 정부에 조언하기도 했죠. 예술, 과학, 발명을 아우르는 다빈치는  어떤가요? 버크민스터 풀러는 1967 그의 저서 <우주선 지구의 수동 매뉴얼(Operation Manual for Spaceship Earth)>에서 다빈치나 플랭클린 같은 사람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이런 사람이 없는지 궁금해한다" 썼습니다.  책은 느슨한 전문화의 역사를 다룬 책이죠. "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입니다." 버크민스터 또한 전문화에 저항하고 디자인, 건축  엔지니어링 분야를 넘나들며 일했던 사람이고요.



저는 항상 버크민스터의 낙관주의에 끌립니다. 제가 나열한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롤모델이거든요. 이들이 걸어온 길은 호기심과 개방성에 이끌려 항상 급진적이고 광범위하게 느껴졌습니다. 졸업 후에 제가 찾은 디자인 직무와는 정반대였죠. 저는 전혀 다른 유형의 디자인들을 모두 포괄했던 그들의 행보가 다시 관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글쓰기나 교육과 같은 인접한 활동을  수도 있고, 무엇이든  관심을 사로 잡는 어떤 것일 수도 있어요. 저는  야망을 알리기 위해  직함 앞에 “종합적인 붙이는 죄를 범했습니다. 저는   동안 여러 전문직에서 일한 후에 진정으로 다학제적인, 종합적인 커리어를 쌓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대학원으로 돌아왔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종합적인 디자이너가 표준 용어가 된다면, 그럴  있을진 모르겠지만 뭔가 새로운  혹은 엘리트스러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없게 느껴져요. 대기업은 이런 폭넓은 디자이너를 고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대학원 졸업 후 취업 준비를   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확장된 실무를 사람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보다 자리가  적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종합적인 경력을 쌓으려면 독립이 필요하겠죠. 영원히 프리랜서입니다. 그리고 독립과 함께 불안정한 직업이 생겨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 아래 더욱 불안정해지기 마련입니다.



헨리 포드는 1913년에 조립 라인을 개발해서 쉽게 생산할  있도록 제조 공정을 독립적인 단계들로 분리했습니다. 18세기 철학자이자 작가이자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가 노동을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이 자본주의를 촉진할  있다고  것을 바탕으로  것이죠. 대량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조립 라인도 많아졌고 표준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특정 작업별로 작업자를 구성한다는 개념인 Fordism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항상 우리에게 점점  세분화된 작업 방식을 강요하는 거죠.


디자인 분야가 성장하고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전문화는 피할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매체 (인쇄, , 디지털), 다양한 규모 (아이콘  환경), 다양한 컨텍스트 (브랜딩, 제품 디자인, 편집), 다양한 환경 (인하우스, 에이전시, 소규모 스튜디오) 넘나들며 일할  없습니다. 새로운 툴을 전부 배우거나 복잡한 디자인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전문 팀들로 나뉘게 됩니다. 디자인 학교들은 이런 미래의 직업을 준비시키기 위해 특정 개념과 기술을 선택해서 현실 상황과 동일한 교육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조립 라인의 일부이점점  커지는 프로젝트에서 점점  작은 부분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종합적인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명성과 특권을 의미합니다. 이는 조립 라인을 넘어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선택하여 이 분야에서 저 분야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있거나 재정적으로 충분히 안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서는 안됩니다. 종합적인 디자인은 디자인의 원초적인 모습입니다. “모든 대학은 점진적으로 더욱 정밀한 전문화를 위해 조직되었습니다. 사회는 전문화가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며 바람직하다고 가정합니다.”라고 버크민스터 풀러는 말합니다.



“어린 아이를 관찰해보면 아이들은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확장되는 경험들을 자발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조정합니다. 아이들은 열광적인 플라네타리움(천체투영관) 관객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통합하려는 것보다 인간의 삶에서 더 두드러진 것은 없습니다." 이러한 '이해와 통합'이 디자인 프로세스 입니다. 이게 진짜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하더라도요.


학생들이 매년 봄마다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할  긴장하게 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그런 질문을 무시하라고 말하는  현명한 조언인지, 너희가 어떤 트랙을 선택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나은지 모르겠지만,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모든 것을   있고, 무엇이든 시도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나만 디자인하고 있다면 비녤리는 "당신은 모든 것을 디자인   있어요" 라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또한 이런 조언이 모호한 독립 생활을 도울  없다는  압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안정성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니까요.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저는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조립 라인에서 벗어나 모든 구분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종합적인 디자인 작업을 어떻게 더 많은 디자이너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명확한 만큼 혼란스러운 여러 직무의 구분자들을 더하는 걸 멈출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장 넓은 의미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사람으로써 디자이너의 권한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진정으로 종합적인 디자이너가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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