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남들의 기준에 따라 살까

‘무난한 것’보다 ‘나다운 것’을 찾아서

by 초점 밖의 삶

‘커스텀’ 키보드의 영역은 나에게 맞는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내고, 손에 가장 맞는 타건감을 주고, 알맞은 사이즈로 느껴지는 키보드를 찾는 것.

마치 <해리포터> 1편에서 해리가 올리벤더의 가게에서 자신에게 맞는 지팡이를 찾아가는 장면과도 닮아있다.


키보드 팝업 알바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제일 잘 나가는 게 뭐예요?”라는 질문을 했다.

나는 제일 잘 나가는 것보다, 고객님의 취향을 같이 찾아볼까요,라는 대답을 하곤 했다.


그렇지만 ‘잘 나가는 게 뭔지,’ ‘여자는 보통 뭘 사가는지,’ ‘중학생들도 이런 걸 쓰는지’ 등 일반화된 ‘정상’의 영역을 묻는 질문은 끊이질 않았다.

결국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정답’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원래 그려왔던 것처럼 고객의 취향을 함께 찾아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적당한 제품을 추천해 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이 더 안정적인지, 더 인정받을 수 있는지, 더 옳은 선택인지.

나는 그런 기준들로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을 해 왔다.


로스쿨에 들어간 것도, 법조인의 길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정답을 찾고 싶었다.

틀리는 것이 무섭고,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불안했다.


우리는 남의 기준을 빌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안전할지라도, 그 선택은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누군가 대신 정해줄 수 없다.


해리포터가 올리벤더의 가게에서 남들이 주로 쓰는 지팡이의 길이나, 심이나, 재질을 골랐다면 해리는 지금 우리가 아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마법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커스텀 키보드를 고르는 일도 비슷하다.

나는 첫 커스텀 키보드를 사러 온 사람들이 ‘틀리지 않은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선택’을 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조금은 더 그 사람을 알아가 보려는 노력을 했다.


그들이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조금은 더 알게 되고,

이 경험을 통해 언젠가 인생에서도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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