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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PF 하이프 Mar 13. 2023

지금 당장 죽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나를 가두는 외부의 욕망을 깨닫고, 살아가야 할 이유 찾기

만약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내가 이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이건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의 기억이야.

거실에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바람을 쐐러 베란다로 나왔어.

창문을 열고 밑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거야.

'내가 죽는다면 물론 가족들은 슬퍼하겠지. 하지만 나를 위해 슬퍼해주는 가족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 게 없다면 내가 당장 베란다 밑으로 떨어져 죽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가족이나 친구, 돈, 좋은 집이나 자동차 같은 것들은 나의 외부에 존재해서 언제든 나를 놓아버릴 것만 같잖아. 그런 것들 말고, 진짜로 나의 내면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생존이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더라고. 난 그래서 그때부터 자신의 욕구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노력해 왔어. 그러면 내 삶의 방향성이 보일 것 같더라고.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달까?



STEP 1. 나를 둘러싼 외부 욕망 (나를 가두는 껍질 깨닫기)

위 이야기는 2021년도 겨울,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진행하는 정기모임에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내가 듣기에는 너무 강렬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그 친구와는 다르게 나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면서 나의 내면에서 비롯된 욕구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진짜로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것들이 아니라 외부 요인이 만들어준 욕구를 충실하게 따라가기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10년 동안 축구를 했던 것도, 대학 입시를 했던 것도, 돈 많이 주는 곳에 취업하려고 했던 것들에 대해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


남들이 정해주는 욕구에 의해 살아도 꾸준히 성과를 낸다면 삶이 재밌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는 U-12세 유소년 국가대표, 일본으로 축구유학을 떠날 정도로 성과를 냈지만, 실력의 한계가 찾아왔을 때 축구를 포기를 선택했다.

나는 1년 간의 대학 입시 끝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대학수업에 의미를 못 느껴서 1학년 1학기 성적 1.78로 학사경고를 받을 뻔했다. 이후에도 나의 대학생활은 방황과 방탕의 연속이었다.

나는 네이버 Z라는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계약직 연장제안을 받을 정도로 성과를 냈지만, 개인적인 상황이 겹치고 그걸 감당하면서까지 지속할 이유를 못 느껴 퇴사를 결정했다.


출처-unsplash


물론 재능이 있고 잘하는 영역에서 일을 한다면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꽤나 달콤한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 한계는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걸 넘어서기 위해서는 '난 진짜로 이걸 하고 싶은 건가?', '이걸 왜 하지?'라는 대답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나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동기부여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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