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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Nov 24. 2022

팬데믹 독서

데이비드 호크니 x 마틴 게이퍼드,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호크니를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책이다. 저자란에 미술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와 호크니가 나란히 놓여 있지만, 게이퍼드가 호크니에 관해 썼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들이 이메일과 영통으로 나눈 대화, ‘변화하는 계절’ ‘봄’을 주제로 한 호크니의 새 프로젝트와 시기별 작품들, 대화 속에 언급되고 작품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예술가들의 작품들... 그 사이마다 동시대 예술가의 족적을 반평생 함께한 비평가의 깊이 있는 해설과 애정 넘치는 감상이 놓여 있다. 마치 호크니를 주제로 한 넷플릭스 다큐를 한 권의 책으로 읽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시집처럼 읽으려 했다. <다시 그림이다>에서처럼,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과 생각을 일깨우는 글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했다.


그러다가 각 잡고 처음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팬데믹과 여든 넘어 시작한 그의 프로젝트는 그저 동시간대에 존재할 뿐 어떤 인과관계도 연결고리도 (아직까진) 없(어 보이)지만, 누군가가, 그러니까 호크니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며 시대와 함께 유연하게 흘러가는 예술가가 훗날 아주 오래도록 돌이켜보게 될 코로나 시국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시작부터 끝까지 살펴보고 싶었다.



역사적 순간의 사적 기록이라는 측면에서는 <나의 팬데믹 일기>가 훨씬 더 흥미롭긴 하다.


두 권 모두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운좋게 발견했는데, 각기 다른 이유로 팬데믹 시기를 표상하는 책으로서 소장가치가 있는 듯하다.


제목만 봐도 그렇다.


“나는 작업을 계속할 작정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나는 내 작업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연과 유리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일이죠. 우리는 자연과 별개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입니다. 이 상황은 때가 되면 끝날 겁니다. 그 다음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나는 거의 여든세 살에 가깝고 언젠가는 죽게 될 겁니다. 죽음의 원인은 탄생이죠. 삶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과 사랑입니다. 내 강아지 루비에게 그렇듯이 바로 그 순서대로입니다. 나는 이 점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예술의 원천은 사랑입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I intend to carry on with my work, which I now see as very important. We have lost touch with nature, rather foolishly as we are a part of it, not outside it. This will in time be over and then what? What have we learned? I am 83 years old, I will die. The cause of death is birth. The only real things in life are food and love, in that order, just like [for] our little dog Ruby... and the source of art is love. I love life.”

-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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